교황청이 1일(현지시각) 다큐멘터리 <프란치스코>에 등장하는 교황의 동성 커플 지지 발언은 인터뷰 영상이 편집되면서 생긴 오해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주례 메시지를 발표하는 교황 모습. 로마/A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성 커플 보호를 위한 ‘시민결합법’ 지지 발언을 담은 다큐멘터리는 서로 다른 발언을 한데 묶은 것이며, 이 때문에 교황이 가톨릭 교리에 맞서 동성 결합을 옹호했다는 오해가 발생했다고 교황청이 해명했다.
<가톨릭뉴스통신>(CNA)은 교황청 국무원이 지난달 21일 로마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다큐멘터리 <프란치스코>와 관련한 공문을 전세계 주재 교황청 대사들에게 최근 전달했다고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한국주교회의 관계자도 같은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교황청은 이 공문에서 교황의 발언 중 동성애자들이 가족을 이룰 권리가 있다는 부분과 시민결합법을 통해 동성 커플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부분은 별개의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두 발언을 이어붙임으로써, 교황이 동성애자들의 가족 구성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할 시민결합법 제정을 촉구한 것으로 묘사했다고 설명했다.
교황의 가족 구성 권리 발언은 자식 등을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말이고, 시민결합법 관련 발언은 동성애자들의 사회적 권리 보장 장치에 대한 언급이라고 교황청은 덧붙였다. 게다가 교황이 시민결합법을 언급하면서 “동성 결혼에 대해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전제했는데, 이 부분은 다큐멘터리에서 빠졌다.
교황이 동성 결혼을 허용하지 않는 가톨릭 교리에 어긋나는 주장을 한 것이 아니고 ‘세속의 법률’에 대해 언급한 것에 불과하다는 해명이다. 실제로 교황은 2014년 한 인터뷰에서 “세속 국가들이 동거의 다양한 형태를 규율하는 장치로 시민결합을 정당화하고 싶어한다”며 “다양한 사례들을 검토해서 각각에 대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고 교황청은 상기시켰다.
예브게니 아피네옙스키 감독이 만든 이 다큐멘터리가 공개되자, 교황이 동성간 시민결합을 지지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교계 안팎에서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아피네옙스키 감독은 애초 교황이 이 발언을 자신에게 직접 했다고 말했으나, 멕시코 방송사 <텔레비사>의 2019년 인터뷰 영상을 편집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아피네옙스키 감독은 편집 논란에 대해서 아직 해명하지 않고 있다.
한편, 교황청이 입장을 신속하게 내놓지 않은 것과 관련해 미국 예수회에서 발행하는 <아메리카 매거진>은 “교황청이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곧바로 설명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교황청 언론 담당 부서의 업무 처리 문제 탓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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