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오른쪽)이 12일(현지시각) 자신의 사무실에서 하원 전체회의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미국 하원이 12일(현지시각)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제25조를 발동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킬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펜스는 이미 이 표결 전에 수정헌법 25조 발동에 반대한다고 공식 발표했기 때문에, 하원은 예고한대로 13일 나머지 수단인 트럼프 탄핵소추안 표결에 나설 예정이다.
하원은 이날 밤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촉구하는 결의안에 대한 토론을 거친 뒤 표결에 들어가, 찬성 223표, 반대 205표로 채택했다. 현재 하원은 민주당 222명, 공화당 211명이어서, 이 결의안에 공화당에서 최소 1명 이상이 동참한 셈이다. 수정헌법 25조는 부통령과 내각의 과반이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부통령이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도록 하는 조항이다.
하지만 하원이 채택한 결의안은 정치적 압박일 뿐 법적 구속력은 없다. 펜스 부통령 또한 이날 하원이 표결에 들어가기 전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그런 행동(수정헌법 25조 발동)이 국익에 최선이거나 헌법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펠로시와 의원들이 지금의 격정을 더 분열시키고 악화시킬 행동을 회피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펜스는 수정헌법 25조가 대통령이 무능하거나 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장애가 있을 경우에 대비한 조항이라며 “이 조항은 처벌이나 강탈의 수탄이 아니며 그러한 측면에서 발동되면 끔찍한 선례로 남게 된다”고 말했다.
펠로시는 펜스가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거부하면 트럼프 탄핵 절차를 밟겠다고 밝혀왔다. 하원은 13일 탄핵소추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탄핵소추안에는 하원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이고 공화당에서도 리즈 체니, 애덤 킨징어, 존 캣코 등 최소 5명의 의원이 동참 뜻을 공개적으로 밝혀, 통과가 확실시 된다. 탄핵소추안이 하원을 통과하면, 최종 탄핵심판은 상원이 맡는다. 지난 2019~2020년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탄핵 시도 때와 달리 이번에는 공화당에서 트럼프 탄핵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어, 상원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워싱턴의 연방 의사당을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로 5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민주당은 트럼프가 이 사태에 영향을 줬다며 ‘내란 선동’ 혐의로 그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지난 11일 발의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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