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중앙은행 총재가 (21일) 유정현 주이란 한국대사를 만나 한국 내 동결자산 이전과 사용 방법에 합의했다며, 이란 정부가 22일(현지시각) 공식 누리집에 공개한 사진. 이란 정부 누리집 갈무리
이란 정부가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의 이전 및 사용과 관련해 한국 정부와 합의했다고 발표했으나, 한국 외교부는 미국 등 유관국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며 이란의 발표를 부인했다.
이란 정부는 22일 오후(한국시각 22일 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중앙은행 총재가 전날 유정현 주이란 한국대사를 만나, 한국 내 동결 자산의 이전과 사용 방법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테헤란) 한국 대사관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날 회담에서 이란의 (동결) 자산을 이란이 원하는 곳으로 이전하는 데 합의했으며, 이란중앙은행이 서울에 이전을 원하는 자산의 액수와 송금 은행을 통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또 “한국 (유정현) 대사가 ‘한국은 이란이 한국 내 모든 자산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고, ‘여기에는 어떤 제한이나 제약이 없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란 정부의 발표를 보면, 헴마티 총재는 (이란 자산의 동결 해제 문제와 관련한) 서울의 접근 태도 변화를 환영하면서도 “이란은 다른 나라의 태도 변화와 협력 강화를 환영하지만, 이란중앙은행은 한국의 은행들이 지난 몇 년 간 이란과의 협력을 거부한 것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쪽은 이 부정적인 기록을 지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018년 미국 정부가 이란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린 이후, 한국에서 동결된 이란의 석유 수출 자금은 총 70억 달러(약 7조6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 외교부는 이란 정부의 협상 타결 발표를 부인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밤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란의 동결 자금 해제 문제는 미국 등 유관국과의 협의를 통해야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란은 지난달 4일 페르시아만의 환경을 오염시켰다는 이유로 한국케미호와 한국인 5명 등 선원 20명을 억류했고, 한국에 동결된 석유 수출 대금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란은 지난 2일 선장을 제외한 선원 19명의 억류를 해제하기로 결정했으나, 오염 조사를 위해 선박 억류는 계속한다는 입장이어서 선원들의 귀환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지난 10일 억류됐던 선원 중 처음으로 한국인 한 명이 건강상의 이유로 귀국했다. 전정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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