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에서 6일 마스크를 쓴 여성들이 세계 여성의 날(8일) 기념 행진을 하고 있다. 이스탄불/로이터 연합뉴스
여성 고위직 기용을 꺼리는 기업 풍토를 바꾸라는 요구가 높지만, 전세계 대기업들의 여성 경영진 선임 실적은 여전히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주주 활동 관련 자문 기업 스퀘어웰이 집계한 최근 2년간 세계 500대 기업의 경영진 선임 결과를 보면, 새로 취임한 최고경영자(또는 경영을 책임지는 이사회 의장) 가운데 여성은 10%에 그쳤다. 최근 최고 경영자로 여성을 발탁한 기업으로는 영국의 보험사 아비바, 미국 물류업체 유피에스(UPS), 스웨덴 의류업체 헤네스앤모리츠(H&M) 등이 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최근 2년 사이 경영진을 교체한 기업은 전체의 25% 정도였다.
스퀘어웰은 500대 기업 전체의 현직 경영진 가운데 여성은 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를 볼 때 최근 2년간의 여성 경영진 발탁 비율이 과거보다는 높아졌지만, 여전히 기대에는 못 미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여성 고위직 확대 운동 집단 ‘30% 클럽’의 앤 케언스 회장은 “여전히 기업은 남녀의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지 않는 영역”이라며 “세계 최고 기업의 95%를 남성이 이끄는 현실을 볼 때, 기업들이 최고의 인재를 찾으려 노력한다고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공개한 여성 노동 조건 지수인 ‘유리천장 지수’를 보면 29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스웨덴이 1위이고 한국은 꼴찌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여성의 고등교육 비율, 노동 참가율, 남녀 임금 격차, 경영진과 이사회의 여성 비율, 여성 의원 비율, 육아 비용 등 10개 항목을 점수화한 것으로, 스웨덴은 100점 만점에 80점을 넘은 유일한 국가였다. 이어 아이슬란드, 핀란드, 노르웨이, 프랑스 차례로 조사됐다.
한국은 100점 만점에 25점을 얻는 데 그쳐, 터키(27위)와 일본(28위)보다도 순위가 뒤졌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여성 노동 조건 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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