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위 건물. 워싱턴/AFP 연합뉴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2008년 9월 이후 13년 만에 최대폭으로 오르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 이날 증시는 급락했다.
미 노동부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 올랐다고 12일(현지시각) 밝혔다. 지난 2008년 9월 이후 13년 만의 최대폭 상승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이런 상승률은 경제 전문가의 예상을 뛰어넘은 것으로 미국 경제의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경제 활동이 회복되는 가운데 당국의 막대한 코로나 관련 금융 지원과 공급망 병목현상에 따른 수요·공급의 불균형, 지출 증가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미국 자산시장도 가라앉았다. 미국 뉴욕 증시의 에스앤피(S&P) 지수는 2.2% 떨어져 2월 이후 하루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고, 기술주를 대상으로 하는 나스닥 지수는 2.7% 하락했다. 미국 국채는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68%로 0.06% 올랐다.
지난 4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한 달 전인 3월 2.6% 올랐던 것과 견줘도 큰 폭의 증가다. 이런 상승률에는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비교적 낮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던 기저 효과도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미국 경제회복을 위해 막대한 재정정책을 준비하고 있는 당국에 도전 과제가 될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 경제 담당자들은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국면에서 회복하면서 가격 ‘정상화’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방준비위의 부의장 리처드 클라리다는 높은 인플레이션에 “놀랐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2022년과 2023년 우리의 장기목표인 ‘2% 증가’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공화당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와 연방준비위가 높은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고 신문이 보도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케이시 보스트잰식과 그레고리 데이코는 “우리는 이것이 인플레이션 악순환의 시작이 아니라는 연방준비위의 견해에 동의한다"며 “내년까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점차 해소되어 인플레이션 속도가 점차 더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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