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351조원 번 MS 자회사, 버뮤다에 납세자 등록·세금 ‘0’

등록 2021-06-04 08:07수정 2021-06-04 08:46

<가디언> “MS 라운드 아일랜드 원 조세회피”
전 세계 MS 저작권료 거두는 페이퍼 컴퍼니
4일 G7 재무장관 회담…글로벌 최저법인세 탄력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 사용료를 받는 자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 라운드 아일랜드 원’의 주소지인 아일랜드 더블린의 로펌 마테손의 사무실. 이 회사는 3150억달러 수익을 올리고도, 조세회피처인 버뮤다에 ‘납세자’로 등록되어 있어서 법인세를 한푼도 내지 않았다. &lt;가디언&gt; 누리집 갈무리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 사용료를 받는 자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 라운드 아일랜드 원’의 주소지인 아일랜드 더블린의 로펌 마테손의 사무실. 이 회사는 3150억달러 수익을 올리고도, 조세회피처인 버뮤다에 ‘납세자’로 등록되어 있어서 법인세를 한푼도 내지 않았다. <가디언> 누리집 갈무리

마이크로소프트의 한 자회사가 3147억달러(약 351조3625억원)의 수익을 올리고도 세금은 한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에서 다국적 거대 회사들의 조세 회피를 방지하려는 글로벌 최저법인세(법인세 하한선 설정) 도입 논의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한 아일랜드 지사인 ‘마이크로소프트 라운드 아일랜드 원’은 6월로 끝나는 2020년 회계년도에 3147억달러의 연간 수익을 올렸으나, 조세회피처인 버뮤다에 ‘납세자’로 등록되어 있어 법인세는 전혀 내지 않았다고 <가디언>이 3일 이 회사의 회계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이 회사의 이런 수익은 아일랜드의 국내총생산(GDP)인 4330억달러의 3분의2에 해당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 회사는 전 세계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 저작권료를 거두는 자회사다. 이사만 있고 직원은 한 명도 없는 서류뿐인 회사인 ‘페이퍼 컴퍼니’이다. 회사 주소는 아일랜드 더블린의 한 로펌 회사 사무실이나, 카리브 해의 버뮤다에 ‘납세자’로 등록했다. 버뮤다는 법인세를 징수하지 않는 조세회피처로, 수많은 회사들이 이곳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다.

‘마이크로소프트 라운드 아일랜드 원’은 이번 세금 신고에서 “회사가 버뮤다의 납세자여서, 수입에 대해 세금이 과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회계 장부에서 “이사 외에는 직원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한 대변인은 <가디언>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일랜드에서 35년간 활동하고 투자해오고 있고, 그 경제에 대한 오래된 납세자, 고용주, 기여자”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조직 및 조세 구조는 우리의 복잡한 글로벌 사업을 반영한다”며 “우리는 활동하는 나라들에서 모든 현지 법률과 규제들을 완전히 준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4일 런던에서 회담을 열고,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회피를 막는 글로벌 최저법인세 도입을 논의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조세 회피는 대표적 사례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는 오는 7월 주요 7개국 정상회담에서 글로벌 최저법인세 합의 발표를 위해 실무작업을 한다.

미국은 21% 세율의 글로벌 최저법인세 도입을 제안했다가, 최근 그 세율의 최저선을 15%로 낮췄다. 유럽에서는 12.5%의 법인세를 적용하는 키프러스 등이 유럽연합 차원의 법인세 도입 결정에 비토권을 행사하겠다고 위협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일랜드와 버뮤다를 이용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세금 회피는 미국에서도 문제가 되어 왔다. 미국 상원은 ‘마이크로소프트 라운드 아일랜드 원’ 등 아일랜드의 자회사를 이용한 세금 회피와 관련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아일랜드를 조사한 적이 있다. 칼 레빈 상원의원은 지난 2012년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첨단 기업들이 “지적재산권을 해외의 조세회피처로 이양시키는 방법을 사용하는 선두주자들”이라고 비판했다. 레빈 의원이 위원장인 재무위의 조사상설소위는 마이크로소프트가 1990년대부터 “국제 영업과 조세 회피를 위해 연관된 해외 법인체들의 복잡한 망”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넷플릭스, 애플 등 거대 다국적 첨단기업들은 지난 10년 동안 연례 회계보고서에 밝힌 영업 실적에 따라 내야할 세금 보다도 적게 세금을 냈다고 비난받아왔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 회사들은 6조달러가 넘는 총수입의 3.6%뿐인 2190억달러를 수익에 대한 세금으로 냈다. 이들 회사는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국가들로 수익을 옮겨서 적은 세금을 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들의 조세회피 반대 운동을 펼쳐온 영국 노동당의 마거릿 호지 의원은 “부유한 거대 글로벌 기업들이 공공연하고, 뻔뻔하게 자신들이 사업을 하는 국가들에서 얻은 이익들에 대해 세금 내기를 거부하는 것은 놀랍지 않으나, 여전히 충격적”이라며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한 회사들의 오만한 행동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글로벌 법인세가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