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 세력 결집해 남부 장악
‘아프간 전쟁’ 다시 확대 기로
‘아프간 전쟁’ 다시 확대 기로
아프가니스탄 주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이 최근 세력을 확장한 탈레반 세력을 겨냥해 최대 규모의 소탕작전을 벌이면서, 아프간에서 다시 전쟁이 확대되고 있다.
나토군은 2일부터 아프간 정부군과 함께 아프간 남부 중심도시 칸다하르에서 서쪽으로 20㎞ 떨어진 판지와이 지역에서 ‘메두사 작전’을 벌여, 탈레반 반군 200여명을 사살하고 80여명을 체포한 것으로 발표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나토군은 이 작전에 2천여명의 병력과 전투기, 헬기를 동원했다. 나토 주도 아프가니스탄 국제평화유지군(ISAF) 소속 캐나다 병사 4명이 탈레반과 교전에서 숨졌다.
지난 7월 미군으로부터 아프간 남부 치안권을 이양받은 나토군은 이번 작전으로 탈레반군의 지휘체제를 무너뜨리고 칸다하르 지역 통제권을 장악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1년 탈레반 정권 축출 이후 미군과 나토군의 최대 전적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지지부진한 진압작전에 초조함을 느낀 나토군이 성과를 과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압둘 라힘 와라다크 아프간 국방장관은 탈레반 사망자가 200명이 넘는다는 나토의 발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아프간 당국은 사망자 중 민간인이 여럿이라고 밝혔다. 아프간 인권위는 최근 나토군의 군사작전을 피해 도망치다가 폭격에 희생된 민간인이 많다고 지적해 왔다.
미국은 2001년 11월 아프간을 침공해 탈레반 정부를 몰아내고 친미정권을 세웠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아프간에 안정은 찾아오지 않았다. 탈레반 세력은 지난해부터 세력을 재결집해 남부 지역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정권 붕괴 직후 8~15명이 한 조를 이뤄 게릴라전술로 공격하고 도망치던 탈레반 세력은 이제 나토군과 정면으로 맞서면서 일부 지역을 점령하는 수준으로 세력을 넓혔다. 탈레반군 사령관인 물라 다둘라는 최근 탈레반이 1만2천여명의 병력으로 칸다하르, 헬만드, 자불, 우루즈간주에서 20개 지역을 다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2일 칸다하르에선 나토 정찰기 한 대가 추락해 영국군 병사 14명이 숨졌다. 이를 두고 탈레반 쪽이 “스팅어 미사일로 정찰기를 격추했다”고 발표하자, 나토는 기계 고장 탓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유엔은 올해 아프간의 아편 생산이 지난해에 견줘 56% 급증한 6100t으로 예상되며, 전세계 아편의 92%가 아프간에서 생산된다고 발표했다고 <비비시>가 보도했다. 아편은 아프간 군벌들과 탈레반의 주요 자금원이 되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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