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도쿄/AFP 연합뉴스
도쿄도의회 선거와 올림픽을 앞두고 도쿄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다시 확산세를 보이는 가운데,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일주일째 부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고이케 지사의 정치적 셈법이 깔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고이케 지사가 과로 등으로 지난 22일부터 병원에 입원했다”며 “요양이 더 필요하다는 의사 판단에 따라 당분간 공무에 복귀하지 않기로 했다”고 28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올림픽 개막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도쿄에서 감염 확대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수장 없이 올림픽 최종 준비를 진행해야 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도쿄도는 지사 대신 부지사가 대리를 맡고 있다.
도쿄의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고이케 지사의 입원이 길어지고 있어 정계에선 뒷말이 나오고 있다. 7월4일 도의회선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고이케 지사가 자민당과의 관계 때문에 자신이 특별고문으로 있는 지역정당 ‘도민퍼스트회’와 자연스럽게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이케 지사는 지난 2016년 자민당을 탈당한 바 있으며, 탈당 이후 만든 지역 정당 ‘도민퍼스트회’는 지난 2017년 도의회선거에서 자민당을 누르고 제1당이 되는 파란을 일으켰다.
<아사히신문>은 “고이케 지사는 지난해 여름 도지사 선거에서 자민당의 실질적 지원을 받았다”며 “코로나에 따른 도쿄도 재정 문제, 올림픽 개최 등 자민당과 협력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이케 지사는 4년 전 ‘도민퍼스트’를 위해 가두연설 등 적극 나섰던 것과 달리 이번엔 태도를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여성 최초 일본 총리를 노리는 고이케 지사가 올 가을 중의원 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이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한편에선 고이케 지사가 자민당을 배려해 도의회선거에서 움직이지 않을 경우 정치 생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고이케 지사 주변 인사는 <아사히신문>에 “도의회선거에서 ‘도민퍼스트회’가 대패하면 고이케 지사도 정치적 존재감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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