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총리 관저 누리집 갈무리
일본에서 코로나19 감염자 폭발적인 증가로 ‘9월 중의원 해산’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의원 해산 뒤 선거에 승리해 자민당 총재 연임을 노렸던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구상이 꼬이는 모양새다.
<요미우리신문>은 “긴급사태 선언이 다음달 12일까지로 연장되면서 ‘9월 중의원 해산’은 어려워졌다는 견해가 강하다”고 1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집권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 간부의 말을 인용해 “긴급사태 선언 중에 (중의원) 해산은 할 수 없다”고 당의 분위기를 전했다. 긴급사태 기간에 국회를 해산하고 전국적 총선거를 실시할 경우 국민적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자민당은 다음달 29일 총재 선거를 치르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신문은 “스가 총리는 중의원 선거 전에 총재 선거를 이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강조했다.
애초 스가 총리는 강도 높은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시행해 감염자를 줄인 뒤, 패럴림픽이 폐막하는 다음달 5일 이후 ‘중의원 해산 → 총선거 승리 → 무투표 자민당 총재 당선’을 구상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선거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현재 도쿄‧오사카 등 6곳에 선포된 긴급사태는 7곳이 추가돼 13곳으로 늘어나고, 기간도 이달 31일에서 다음달 12일까지 연장될 예정이다.
코로나가 급격히 개선될 경우 ‘9월 해산’도 배제할 수 없지만 가능성은 낮다. 자민당 간부들은 “총재 선거를 예정대로 한 뒤 중의원 해산 시기를 판단하자”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 경쟁자도 등장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은 이날 <닛폰방송>에 출연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욕을 재차 밝혔다. 다만 당 일각에선 코로나 확산을 이유로 다음달 30일까지인 자민당 총재 임기를 연장할 생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 일정이 불투명해지는 가운데 스가 총리의 지지율은 모든 여론조사에서 역대 최저를 보이는 등 회복의 기미가 없는 상태다. <교도통신>은 지난 14~16일 여론조사(응답자 1067명)를 실시한 결과, 스가 정부 지지율이 31.8%로 지난해 9월 출범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코로나에 폭우까지 겹치면서 스가 총리가 쉬지 못해 ‘건강 이상설’까지 제기됐다. 스가 총리가 일정 없이 종일 집에 머문 것은 올해 3월28일이 마지막으로 142일 연속 집무 중이다. 지난 6일 히로시마 원폭 희생자 위령 행사에서 인사말 원고의 일부를 빼먹거나 9일 나가사키 원폭 희생자 행사 때 지각을 한 것이 건강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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