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찰 ‘24명 사망’ 오사카 병원 방화 용의자 신분 확인

피해 병원 다녔던 60대 남성 범행 저질러
봉투서 나온 액체에 불 붙는 장면 화면 찍혀

지난 17일 오전 일본 오사카 기타구에 있는 8층짜리 건물 4층에 있는 병원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24명이 숨졌다. 18일 건물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오사카/AFP 연합뉴스

일본 경찰이 24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사카 병원 화재 참사를 일으킨 용의자인 60대 남성을 신분을 확인했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19일 경찰이 다니모토 모리오(61)가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병원 내에서 범행을 일으키는 장면을 담은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다니모토는 이날 종이봉투를 들고 오사카 기타구에 있는 8층 건물의 4층에 자리한 ‘일하는 사람을 위한 니시우메다 마음과 몸 클리닉’ 병원을 찾아 접수를 끝낸 뒤 들고 온 종이 봉투를 발로 걷어찼다.

경찰이 확보한 당시 영상엔 봉투에서 새어 나온 액체에서 불이 붙는 장면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액체가 가솔린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영상엔 다니모토가 병원 출입구 앞에서 양손을 펼쳐 사람들이 밖으로 빠져 나가는 것을 가로막는 듯한 모습도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화재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에 의해 약 30분 만에 진화됐지만 심폐정지 상태로 구조된 27명 중 일산화탄소 중독 등으로 24명이 숨졌다. 용의자도 구조됐지만 중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병원의 면적은 약 90㎡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출입구와 연결된다. 비상계단은 엘리베이터 옆에 있었고, 병원 안쪽에는 대피용 비상 통로가 없었다. 병원 안에 있던 직원과 환자들이 미처 대피하지 못하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용의자의 집에선 피해 병원의 진찰 서류가 나왔고, 불이 난 건물에선 운전면허증이 발견됐다. 피해 병원은 직장 등에서 정신적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치료를 해온 곳이다. 3년 전부터 우울증으로 이 병원을 다니고 있는 한 자영업자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병원 원장은) 부모처럼 정중하게 이야기를 들어 주고 상냥하게 등을 두드려 줬다. 많은 환자로부터 신뢰를 받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를 수사 중이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