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확산이 2년 넘게 계속되면서 일본 수도 도쿄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신주쿠, 시부야 등 도심으로 분류되는 도쿄 23구의 전출자가 전입자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21일 일본 총무성의 ‘2021년 인구이동’ 자료를 보면, 도쿄 23구에서 지난해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간 사람은 38만2명, 새로 진입한 사람은 36만5174명으로 조사됐다. 도쿄 23구를 떠난 사람이 들어온 사람보다 1만4828명 더 많았다. 이런 현상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이날 “외국인까지 포함한 새로운 인구이동 통계가 시작된 2014년 이후 처음이고, 이전 통계로 따지면 1996년 이후 25년 만”이라고 보도했다. 도쿄 전체로 보면, 전입자가 전출자보다 더 많아 5433명이 도쿄로 진입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8만2982명에 견주면 큰 폭으로 줄었다. 코로나 감염이 확대된 2020년부터 ‘탈도쿄’ 흐름이 뚜렷해진 것이다.
도쿄를 떠난 사람들은 수도권인 가나가와·사이타마·지바·이바라키·군마현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거나, 시코쿠 도쿠시마, 규슈 오이타 등 지방으로 아예 내려가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탈도쿄’의 흐름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따른 경제적 타격이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가 불안정해지고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도쿄에서 버티지 못해 밀려난 셈이다.
일본 ‘데이코쿠 데이터뱅크’ 조사를 보면, 지난해 전국에서 ‘휴·폐업·해산’을 한 기업(개인 사업자 포함)은 5만4709곳에 달했다. 정부의 보조금 지원 등으로 1년 전보다 2.5% 감소했다. 하지만, 도쿄는 다른 경향을 보였다. 휴·폐업 등을 한 기업이 2020년 1만2106곳에서 지난해 1만2123곳으로 늘어난 것이다.
도쿄의 주거비 부담 역시 커지고 있다.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는 지난해 도쿄 23구 신축분양 아파트 평균가격이 8293만엔으로 전년 대비 7.5% 올랐다고 밝혔다. 임대료도 도쿄 23구의 경우 ‘가족용’(50~70㎡) 매물의 경우 지난해 12월 평균가격이 월 19만1863엔으로 1년 전(18만6944엔)보다 늘었다. 일본 경제매체인 <도요게이자이>는 “도심 주택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 소득은 증가하지 않고 고용은 불안정한데, 주택비용이 오르면서 교외로 나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밖에 코로나를 계기로 집에서 일을 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등 근무형태 변화도 이런 흐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코로나 대책으로 텔레워크(정보통신 장비를 활용한 재택근무나 원격근무)가 확산되면서 도쿄를 떠나 인근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흐름이 강해졌다”고 전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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