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1일 모스크바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과 관련해 해당 국가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외교전’도 다방면으로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자국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앞장서 내놓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작전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모스크바에서 자국 주요 기업인들과 한 면담에서 “러시아에 어떻게 대응할 수 없는 안보 위협이 가해졌다”며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군사작전)은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24일 대국민 연설에 나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가 지금 듣는 것은 미사일 폭발, 전투 소리뿐만 아니다. 이것은 새로운 ‘철의 장막’이 내려지는 소리”라며 “우크라이나에 이 장막이 쳐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철의 장막’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냉전이 종식될 때까지 유럽을 동유럽 사회주의와 서유럽 자유주의 진영으로 나눴던 사상적·물리적 경계를 말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세계 정치지도자들에게 “자유 세계를 이끄는 당신들이 지금 우리에게 손을 내밀지 않으면 내일 당신들이 이런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지원을 호소했다.
주변국들은 더 이상의 참사를 막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이어갔지만, 우크라이나를 ‘중립화’하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결심이 워낙 확고해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4일 푸틴 대통령과 전화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작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로이터> 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먼저 이야기를 나눈 뒤 푸틴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러시아의 군사작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되자, 해결사를 자처하며 이 문제의 외교적 해법 찾기에 나서왔다.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즉각적인 폭력 중단을 호소했다. 인도 총리실은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모디 총리가 이날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모든 당사자가 외교적 협상과 대화의 길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합심해 노력해 달라”며 “폭력을 즉각 중단할 것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인도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모스크바를 방문 중인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도 24일 푸틴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외교를 통한 군사적 충돌을 막기 바란다”고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묘한 중립적 입장을 취하면서 사실상 러시아를 두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4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회담에서 “중국은 일관해서 각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한다”면서도 “동시에 우리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복잡하고 특수한 경위가 있다는 점을 주시하고, 러시아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반드시 냉전적 사고를 버리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최종적으로 균형 있고 효과적이며 지속 가능한 유럽 안보 체제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침략을 잇따라 비난하며, 제재를 쏟아낸 미국 등 서구 국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 셈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밝히며 “이번 침공은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포함한 국제질서와 관련된 문제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결코 허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7개국(G7)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연계해 사태 타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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