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위성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10~11일 러시아 해군 함정 10척이 일본 혼슈와 홋카이도 사이에 있는 쓰가루 해협을 통과해 태평양에서 동해로 항해했다고 밝혔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공개한 러시아 함정 모습. 트위터 갈무리
일본 방위성은 10~11일 러시아 함선 10척이 혼슈와 홋카이도 사이 쓰가루 해협을 통과해 동해로 진입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러시아 함정이 이렇게 뭉쳐 쓰가루 해협을 통과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었다.
기시 노부오 방위상은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주변에서 러시아군의 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가운데 아시아에서도 이런 훈련을 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시위 행동’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방위성 간부도 <아사히신문>에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나선 미국과 이에 동조한 일본을 견제하는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에서 이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최근 극동에서 러시아의 군사적 움직임이 활발히 관찰되고 있어서다. 지난달 초순엔 오호츠크해와 동해에서 러시아 함정 24척이 대규모 해상 훈련을 실시했다. 일본 정부는 이 가운데 10척이 이번에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과 연합훈련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지난해 10월엔 중국과 러시아군 함정이 각각 5척씩 동원돼 6일에 걸쳐 쓰가루 해협을 지나 태평양을 남하한 뒤 가고시마현 오스미 해협을 통과했다. 중·러 군함이 함께 일본 열도의 태평양쪽 지역을 반바퀴 휘감아 돈 셈이다. 일본 정부는 “이렇게 대규모로 장기간에 걸쳐 활동한 것은 처음”이라고 반발했으며, 방위성 내부에서는 “도발”이라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왔다.
두 나라의 군사적 연대는 한반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 군용기 2대와 러시아 군용기 7대가 동해상의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했다가 빠져나갔다. 2019년 7월엔 두 나라의 연합훈련 중에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상공을 침범해 한국 공군이 실탄으로 위협 사격을 가한 적도 있다. 오가와 가즈히사 시즈오카현립대 특임교수(안보)는 <아사히 신문>에 “오호츠크해에선 연일 러시아 핵잠수함 정보를 포착하기 위해 미군기가 비행하고, 러시아군이 긴급발진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도 중-러의 거듭되는 연합훈련에 대해 “아시아·태평양 상공에서 이뤄지는 중-러의 공동 비행은 양국이 점점 군사적으로 밀접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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