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백악관에서 미국·영국·오스트레일리아의 새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 창설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다른 두 정상이 화상으로 참여한 가운데 하고 있다. 왼쪽 화면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오른쪽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워싱턴/EPA 연합뉴스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미국·영국·오스트레일리아가 모여 만든 오커스(AUKUS)가 일본에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에 뒤처진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하는 데 일본의 기술 협력을 얻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케이신문>은 13일 복수의 일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영국·오스트레일리아가 각각 비공식적으로 일본의 오커스 참여를 타진하고 있다”며 “극초음속 무기, 전자전 능력,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일본과 협력해 기술력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오커스는 오스트레일리아(Australia), 영국(UK), 미국(USA)의 국가 이름을 따서 만든 것으로 일본(Japan)이 참여하면 ‘조커스’(JAUKUS) 등으로 이름 붙일 수 있다. 일본은 중국·러시아·북한 등이 매진하고 있는 극초음속 무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자력으로 포탄을 초고속으로 발사해 미사일을 요격하는 ‘레일건’을 개발 중이다. 방위성은 2020년대 후반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오커스는 지난해 9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력 확장과 영향력 증대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 등 세 나라가 출범시킨 안보·군사 동맹이다. 이들은 당시 오커스를 띄우며 오스트레일리아가 핵추진 잠수함을 갖도록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지난 5일 세 나라 정상은 공동성명을 내어 “극초음속 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 대응, 전자전 능력에 대한 새로운 3국 협력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협력의 범위가 극초음속 미사일로 확대된 것이다. 극초음속 미사일 등은 마하 5(음속의 5배, 시속 약 6120㎞) 이상 속도로 날아가고, 예측 불가능한 궤도를 그리기 때문에 기존 미사일방어체계로 요격하기가 쉽지 않다.
일본 정부 안에서는 오커스 참여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에 적극적인 쪽은 중국에 대항하려면 미국과 동맹국 중심의 안보 틀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일본이 미국·영국·오스트레일리아와 각각 양자 협력 틀을 갖고 있는 만큼 참여했을 때 실익을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은 미국·인도·오스트레일리아와 함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협력체인 ‘쿼드’에 참여하고 있지만, 이 모임은 군사적 성격이 없는데다 명목상으로는 ‘특정국에 대항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명백한 군사동맹인 오커스에 참여하면 중-일 관계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일본 정부는 오커스 참여 타진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보도 내용을 알고 있지만 미국 등이 일본에 오커스 참가를 타진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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