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육상자위대 12식 지대함 유도탄. 일본 육상자위대
미국 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사거리 1000㎞ 이상인 중거리 미사일을 동아시아에 배치하려던 계획을 보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지난달 북한·중국 등 주변국의 미사일 기지를 직접 타격하는 ‘적기지 공격 능력’(반격 능력) 보유를 결정한 만큼, 대체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24일 <요미우리신문> 보도를 보면, 복수의 미·일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의 주일미군 배치를 보류할 방침을 굳혔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의 반격 능력 도입으로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하면 중국의 중거리 미사일에 대한 억제력이 강화되기 때문에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13일 워싱턴에서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 등에서 중거리 미사일 문제가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지만, 미국 쪽이 보류 의향을 일본 정부에 비공식적으로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2019년 8월 러시아의 ‘조약 위반’과 중국의 ‘미사일 위협’을 구실로, 1987년 12월 옛 소련과 맺었던 사거리 500~5500㎞의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파기했다. 이후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핵심 간부들은 중국의 위협을 언급하며 미국의 신형 중·단거리 미사일을 아시아·태평양에 배치하고 싶다는 의사를 거듭 밝혀왔다. 후보지로 한국·일본·괌·오스트레일리아가 거론됐다. 중국은 일본 열도를 사거리에 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1900여 발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한·일이 자신의 영토 내에 미국의 공격 무기를 받아들일 경우,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때 벌어진 극한 갈등에서 보듯, 중국과 직접적인 대립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이유 등으로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두 핵심 동맹인 한·일의 자체 미사일 능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북한·중국을 견제할 수 있게 방향 전환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적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하고, 한국은 2021년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미사일 지침을 종료해 그동안 묶여 있던 ‘사거리 제한’을 없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미 정부가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보류한 것은 ‘일본 여론의 이해를 얻는 것이 어렵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적기지 공격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우선 사거리 1250㎞ 이상인 미국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500발을 구매할 예정이다. 자위대가 운용 중인 ‘12식 지대함 유도탄’도 사거리를 1000㎞ 이상으로 늘려 1000발 이상 보유하고,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도 추진 중이다. 이 신문은 “일본의 반격 능력 보유는 대중국 억제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일·미 통합 능력 강화가 억제력 향상의 중요한 열쇠”라고 지적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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