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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미군기지 이전 8년 뒤 예정…시는 “당장 나가라”

등록 2006-09-07 18:34수정 2006-09-08 01:28

이전대상 1호 일본 후텐마 미군기지 가보니
미해병 제3원정단 소속 1비행단이 주둔한 후텐마 기지는 오키나와의 미군기지 37곳 가운데 첫번째 이전 대상이다. 오키나와 주민들이 끈질기게 펼쳐온 반대운동의 표적인 후텐마 기지는 한반도 긴급상황 때 증원군이 발진하는 집결지이기도 하다.

1일 오전 오키나와현 나하시에서 고속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40분쯤 달려 도착한 후텐마 기지에는 성조기·일장기·유엔기가 나란히 걸려있다. 일본에 있는 미군의 유엔사 후방기지라는 표지다. 관제탑을 뺀 격납고, 급유소 등 모든 시설들이 잦은 태풍에 날아가지 않고 긴급 발진을 방해하지 않도록 낮게 들어서 있다.

후텐마는 1945년 미군이 B-29 기지로 건설했다. 이곳에는 해병 2500명을 비롯해 KC-130 급유기, CH-46 수송헬기, CH-53 중형헬기, AH-1W 공격헬기, UH-1N 기동헬기 등 항공기 48대가 배치돼 있다. 150만여평 부지에 길이 2800m, 너비 46m 활주로를 갖춰 모든 기종의 미군 항공기가 뜨고 내린다. 발진 2시간 안에 서울과 대만에 이를 수 있다.

미·일 치유비용 협의 ‘미적’
미군 ‘영어학습’으로 주민 달래

후텐마는 범죄·소음·안전을 걱정하는 오키나와 주민들한테 끊임없는 이전 압력을 받아왔다. 95년 10월에는 부대원이 12살 여학생을 성폭행한 사건이, 2004년 8월에는 CH-53 헬기가 대학으로 추락한 사고가 일어나, 미군기지 반대시위를 불러왔다.

이곳 사령관 팰콤 대령은 낡은 시설, 도시 근접, 소음 민원 따위가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소음 민원을 푸는 방안을 묻자, 팰콤 대령은 기지 건설 초기와 현재의 사진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해마다 협의는 진행하지만, 기지보다 늦게 들어선 주택과 학교의 소음피해를 보상한 사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의 말 말고도, 2014년까지로 예정된 미군기지 이전을 앞두고 서둘러야 할 환경오염 조사와 치유비용 부담에 관한 협의는 꼼꼼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곳 총영사관의 코로니 부영사는 “일본정부가 이전 기지의 즉각적인 환경 문제를 조사한다”며 “이전 뒤 몇년까지 영향을 조사할 것인지, 누가 치유비용을 부담할지는 아직 모른다”고 에둘렀다.

앞서 찾아간 일본 외무부에서도 토양·수질 따위 환경오염을 치유할 방안은 듣기 어려웠다. 나오키 미-일안보조약국 부국장은 “환경문제는 양국이 가장 풀기 어렵고 자치단체도 불만이 많은 분야”라며 “장기적으로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개정해 미국의 의무를 명시해야 하나, 현실적으로는 사안별로 협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국의 이런 어정쩡한 태도에 수십년 동안 소음피해, 건축규제, 도로우회 등의 생활불편을 겪었던 기지 주변 기노완시는 불만을 표출했다. 시청 옥상에 ‘우리 도시 위를 날지마라, 미군 헬기는 당장 나가라’라는 구호를 새기고 아예 기지의 미국 본토 이전을 촉구해왔다.

수세에 몰린 후텐마는 주민들과 친선을 유지하는 데 공을 들인다. 기지 안 체력단련장을 개방하고, 인접한 초등학교의 영어학습을 지원하기도 했다. 기지 밖으로 나오면서 스친 ‘존경받는 이웃, 명예로운 행동’이라는 표어도 이런 고심의 일단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키나와/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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