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대연정’ 오자와에 직격탄

도쿄/김도형 특파원

특파원리포트

후쿠다 아닌 오자와 제안설
민주당 불만 분출 정치타격

일본에서 대연정 추진 실패의 후폭풍이 자민당이 아니라 민주당을 강타하고 있다.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대표가 4일 자민당과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대연정이 민주당 간부들에 의해 거부된 데 책임을 지고 갑자기 사의를 표명했다.

오자와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간부회의가 대연정안을 반대해 불신임이나 마찬가지 상황이 됐기 때문에 매듭을 짓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책협의가 이뤄져 생활이 제일이라는 민주당의 정책이 현실로 되면 매우 좋은 일”이라며 대연정에 적극적이었음을 인정했다.

오자와 대표는 대연정 추진 과정에서 당 안팎의 거센 반발과 비난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재신임 카드로 전격 사퇴를 발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집행부가 오자와 대표의 사표를 곧바로 수리하고 새 체제를 꾸릴지는 불투명하다. 우선 민주당이 7·29 참의원 선거 승리를 이끈 오자와 대표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다음 중의원 선거에서 과반수를 획득해 정권교체가 당면의 목표”라고 주장했던 그가 왜 대연정 쪽으로 기울었을까? 그는 2일 당 수뇌부 3자 회의에서도 비관적인 속내를 털어놓았다. “(현재 민주당이 보유한) 112(의석)를 두 배인 200으로 늘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상은 어렵다.”(<마이니치신문> 4일치)

‘파괴자’라는 별명답게 오자와 대표의 본능이 표출됐다는 분석도 있다. 1993년 비자민당 8개 정파에 의한 호소카와 모리히로 내각 탄생을 비롯해 99년 자유당 총재 시절 자민당과 연합에 이르기까지 각종 정계개편과 대연정 추진 과정에는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경위야 어찌됐든 오자와 대표가 대표에 복귀한다 해도 당 대표로부터 정권 획득 능력이 떨어지는 정당으로 낙인찍힌 민주당은 상당한 상처를 입게 됐다. 또한 오자와 대표도 겉 다르고 속 다른 모습을 보임으로써 당내 구심력 저하는 물론 유권자의 신뢰를 잃어버릴 정치적 위기에 놓여 있다.

7·29 참의원 선거 압승을 진두지휘하며 대중정치인 변신에 성공하는 듯하던 오자와는 이번 소동으로 예전의 어두운 밀실·막후 정치인 이미지로 되돌아갔다. 최근 자신의 정치단체의 10억엔대 부동산 보유 등 잡음이 잇따라, 구태 이미지가 슬금슬금 거론되는 상태였다.

대연정 소동과 오자와 파동은 대결과 경쟁을 통해 이상(정권교체·양당제 정책)을 실현하기보다는 타협과 양보로 현실의 안정과 안전을 도모해온 일본식 보수정치의 한계가 다시 한번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