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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고마쓰나 필 무렵 도쿄는 ‘웃음꽃’

등록 2008-03-19 20:46수정 2008-03-20 00:10

18일 도쿄 에도가와구 가미잇쇼쿠미나미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지역특산 채소 고마쓰나 무침이 들어간 급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18일 도쿄 에도가와구 가미잇쇼쿠미나미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지역특산 채소 고마쓰나 무침이 들어간 급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에도가와 56개교서 지역 채소 ‘신토불이 인기’
“농지에 건물 지으면 돈 더 벌지만 특산물 자부심”
18일 낮 12시30분 일본 도쿄 에도가와구의 가미잇쇼쿠미나미 초등학교 3학년 교실의 점심시간. 즐겁게 급식을 받는 아이들의 식판에 눈길을 끄는 독특한 메뉴가 놓여 있었다. 에도가와구 특산품인 ‘고마쓰나’라는, 배추 모양의 채소로 만든 음식이다. 한달에 절반 정도 이 채소로 만드는 식단이 오르는 이 학교 급식은 일본에서 유명하다.

이날은 고마쓰나 무침이 나왔다. 하라다 네오(9)는 한 접시 더 갖다 먹기도 했다. 1년 전 지바현에서 이곳으로 전학온 그는 “이곳에 와서 많이 먹게 됐다”고 말했다. 반 친구 요코야마 쇼타(9)는 “집에서 주스로 만들어 먹는다”고 얘기했다. 영양사인 히가 마치코는 “2년 전부터 고마쓰나를 급식에 포함시켰다”며 “케이크 등 고마쓰나를 이용한 메뉴를 30~40가지 개발해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금치보다도 칼슘이 많고, 비타민도 듬푹 든데다, 씹는 맛도 있어 턱의 발달에도 좋다”고 자랑했다.

이 학교는 그 지역에서 나는 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뜻의 ‘지산지소’라는 일본식 슬로푸드(slow food) 운동을 앞장서 실천하고 있다. 대도시 도쿄와 농업이 의미있게 만나고 있는 셈이다. 에도가와구 초중교 106곳 가운데 56곳이 ‘고마쓰나 식단’을 내놓는다. 가미잇쇼쿠미나미 초등학교의 세키 야스오 교장은 “지역에서 나는 채소를 급식에 포함시킴으로써 아이들에게 지역 농산물에 친근감을 갖게 하는 등 ‘밥상머리 교육’에도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에도가와구의 ‘지산지소’ 운동은 지역사회와 함께 펼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구청은 지난해 11월15일 ‘고마쓰나 급식의 날’을 정해 구내 초중교를 대상으로 고마쓰나 급식을 실시했다. 이날 하루 소비한 고마쓰나가 1.7톤에 이른다. 구청은 1년 전부터 히로사키 대학, 생산 농가들와 함께 에도가와산 고마쓰나의 브랜드력을 높이려는 프로젝트도 수행 중이다. 농가들은 고마쓰나를 이용한 술·아이스크림·소바·우동 등을 만들어 도시농업의 판로 확대에 애쓰고 있다.

에도가와의 고마쓰나는 다른 지역 지역 것에 비해 가격이 20% 가량 비싸, 도쿄산 농산물로는 보기 드물게 일본 1위의 생산량(연간매출 21억엔)을 자랑한다. 기온과 습도만 적당하면 씨를 뿌린 뒤 20~30일이면 수확할 수 있는 고마쓰나는 연간 7차례 정도 재배가 가능해 도시농업에 안성맞춤이다. 18살 때부터 46년째 고마쓰나를 재배해온 이시카와 젠이치(64)는 연간 매출이 1천만엔 정도라며 “농지에 건물을 지으면 돈은 더 벌 수도 있지만 에도시대부터 5대째 지역특산품을 재배한다는 자부심 때문에 농사를 계속 짓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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