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선에서 오타 아키히로 공명당 대표를 제치고 당선된 아오키 아이 전 참의원 의원(왼쪽 둘째)이 30일 도쿄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정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도쿄/AFP 연합
[일본 54년만에 정권교체]
“참패로 공황상태”…세대교체로 ‘탈출’ 기대
“참패로 공황상태”…세대교체로 ‘탈출’ 기대
1955년 창당 이래 일본의 정치체제와 동의어이던 자민당이 8·30 총선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내며 절벽으로 내몰렸다.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이 얻은 119개 의석은 이전 300석에서 3분의 1 정도인데다, 지금까지 가장 적은 의석이던 2000년 총선 때의 223석보다도 100석 넘게 줄어든 것이다. 31일 일본 신문들은, 자민당이 이번 선거 참패로 거의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아소 다로 총리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거듭 자신의 총재직 사퇴 의사를 표명한 뒤 “당을 조기에 재정비하고, 조속히 지방조직과 지방의원들의 의견도 반영되는 총재 선거를 실시해 새출발하도록 하겠다”고 당 재건 의지를 밝혔다.
자민당은 이날 후임 총재 선거 일정에 대해 오는 18일 고시한 뒤 28일 투개표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애초 14일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를 총리로 지명하기 위해 소집될 특별국회 직후에 치를 것으로 알려진 데서 2주가량 연기된 셈이다. 당이 참패한 데 따른 인물난과 당 추스르기 작업을 위한 시간을 벌겠다는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후임 지도부 구성과 관련해 50대 중반에서 60대 초반의 신진 인사로 세대교체가 이뤄질지가 최대 관심거리다. 아소 총리 등 당 지도부가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거 2선으로 물러나는데다, 일부 전직 총리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각료 출신, 각 파벌 영수 등 당내 지도부 등 노장층 유력 인사들이 이번 선거에서 괴멸하다시피 한 것도 이런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다. 당내에서는 마스조에 요이치 후생노동상과 이시바 시게루 농림수산상, 이시하라 노부테루 간사장 대리 등 50대 신진층이 차기 총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자민당은 새 지도체제가 정비되면 곧바로 이번 국회에서 하토야마 차기 총리의 정치자금 허위기재 문제와 선거공약의 실현 가능성 따위를 쟁점화한다는 구상이다. 다분히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겨냥해 이반된 민심을 다시 자민당 쪽으로 되돌려놓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소속 의원 수가 격감한데다, 민주당에 308석을 몰아줄 만큼 민심이 떠난 상황이어서 자민당이 돌파구를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의 현지 언론들도 파산지경인 ‘자민당호’의 조타수를 누가 맡더라도 거대한 민심을 등에 업은 집권 민주당에 맞서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예상된다고 내다보고 있다. 도쿄/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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