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각료급 회의가 최선” 하토야마 “정상회담 제시 안했다”
11일 연립여당 수뇌부 회담…후텐마 향배 최대 변수될 듯
11일 연립여당 수뇌부 회담…후텐마 향배 최대 변수될 듯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기노완(宜野彎)시에 있는 주일미군 후텐마(普天間) 비행장 이전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는 10일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일본이 추진 중인 오는 18일 코펜하겐에서의 미.일 정상회담 개최 문제와 관련, "아직 우리측에서 (회담 요구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혀 사실상 정상회담 추진을 포기했음을 밝혔다고 교도(共同)통신 등 일본 언론이 전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발리 민주주의 포럼' 참석차 현지를 방문 중인 하토야마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제1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정상회의는 대단히 중요한 회의여서 기후변동 문제에 상당한 시간이 들어갈 것"이라며 "미.일 정상회담은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가 아닌 만큼, 아직 우리 쪽에서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와 관련한 정부측 방침에 대해서는 "연내에 어떤 방침으로 나갈지를 결정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히라노 히로후미(平野博文) 관방장관도 기자들과 만나 "COP15 기간 오바마 대통령의 스케줄이 굉장히 빡빡하고 체류 시간도 짧아서 정상회담은 매우 곤란한 것으로 안다"고 말해 정상회담이 불가능하게 됐음을 확인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도 9일(현지 시각) "(미.일 간) 각료급 회의 등에서 논의하는 것이 최선이다"라고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10일 보도했다.
그는 "일본의 전 정권과의 합의가 있는 만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논의를 하기 위한 미.일 각료급 회의가 있지 않느냐"며 "대화가 계속되길 바라지만, 이는 기존에 합의한 내용의 실행하는 것에 대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해 종전 미.일 정부 간 합의 이외에는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토야마 총리가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에 대해 과거 자민당 정권에서 미.일 간 합의한 오키나와현 나고(名護)시 주일미군 슈와브 기지로의 이전을 전면 재검토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나온 이런 발언은 일본 정부가 추진해 온 미.일 정상회담을 사실상 먼저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하토야마 정권의 무원칙한 접근 방법에 불만을 표시해 온 미국이 내년 미.일 안보조약 개정 50주년을 맞아 연내에 착수하려던 동맹강화 심화를 위한 협의를 무기한 보류한데 이어 일본측이 후텐마 해법 논의를 위한 각료급 회담 중단 방침을 정한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당분간 양국 간 대치 기류가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내에서 정상회담 추진론이 제기된 가운데 하토야마 총리가 미국측에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은 미국 정부가 하토야마 정권 내부의 정상회담 추진 움직임을 견제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토야마 총리는 미국측이 연내 결론 압력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최근 "연내에 미국측에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밝혔지만 동시에 슈와브 기지로의 이전 이외의 대안 검토를 지시하는 등 엇갈린 행보를 하면서 미국측이 "종전 합의안 수용이라는 결단이 없으면 정상회담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또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이 미.일 관계 악화를 우려, "연내에 분명한 결론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왜 그런 말을 하느냐"고 질책하는 등 정부 내에서도 입장 통일이 되지 않고 있어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를 둘러싼 하토야마 정권 내, 그리고 미.일 간 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미국 국무부의 한 당국자는 9일 "새로운 (하토야마) 정권에 의한 (정책) 재검토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지지한다"고 말해 후텐마 문제가 미.일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인도네시아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오는 11일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穗) 사민당 당수와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국민신당 대표 등을 불러 연립여당 수뇌부 회담을 가질 예정이어서 이날 회동 결과가 향후 후텐마 문제를 둘러싼 논란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9일 괌을 방문한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일본 방위상은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년 이후로 미루려는 정부 내 기류에 대해 "미군재편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일본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립 여당인 사민당측이 주장하는 후텐마 비행장의 괌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미.일 합의에서 상당히 벗어난 이야기"라며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이락 특파원 choinal@yna.co.kr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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