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반대에도 중국 부주석과 면담 강행
우호 다지며 미의 ‘후텐마 압박’ 견제 뜻
우호 다지며 미의 ‘후텐마 압박’ 견제 뜻
일본 정부가 후텐마 기지 문제를 놓고 미국에 맞서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중국과의 관계에는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 등 민주당 수뇌부는 궁내청의 반대를 누르고 15일 시진평 국가부주석과 일왕의 면담을 성사시켰다. 궁내청은 애초 일왕면담 신청은 30일 전에 해야 한다는 규정을 이유로 두번이나 면담요청을 거부했다. 중국 쪽은 그러나 차기 국가주석으로 유력시되는 시진핑 부주석의 위상을 내세워 일왕과의 면담을 강력히 요청했다. 후진타오 주석이 부주석 시절인 1998년 방일 때도 일왕 면담을 한 전례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수뇌부의 일왕 면담 추진을 두고 하케타 신고 궁내청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일왕의 정치이용’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야당인 자민당과 일본 언론들도 일제히 이에 동조해 파문이 커졌다. 하지만, 민주당 최대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은 14일 밤 기자회견을 열어 “천황의 국사행위는 내각의 조언과 승인으로 이뤄지는 게 헌법의 본래 취지다. 일개 국의 관리가 내각의 방침에 반대하려면, 사표를 제출해야 한다”고 하케다 장관을 정면 공격했다.
민주당 정부의 이런 대중국 접근 자세는 후텐마 기지 문제로 미국과 난기류에 휩싸인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외무성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미-일 동맹의 기초 위에 아시아 중시외교도 있다”면서 정부의 대중국 우호정책에 불만의 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중국에서는 일본 내 일왕 면담 논란에 불만섞인 비판도 나오고 있다. 류장융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 교수는 15일 <차이나데일리>를 통해 “일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은 악의적”이라며 “일부 정치인들이 집권 민주당과 중일 관계 개선을 공격하기 위해 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베이징/김도형 박민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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