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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블로그] 조선학교, 어느 어머니의 편지

등록 2010-01-18 15:05

최근 일본의 국회의원 회관 앞에는 일장기를 흔들며, 무엇인가를 항의 하는 단체를 거의 매일 볼 수있습니다. 물론 평소에도 많은 시민단체들이 항의 활동을 벌이기도 하는 곳입니다만, 일장기를 흔들며 활동을 하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그 앞을 지나며 무슨 항의 활동을 하는 것인가 들어보니, 그들은 `영주 외국인 지방의회 선거권 부여`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영주 외국인에 대한 지방의회 선거권 부여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이들이 핸드 스피커를 통해 주장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진실로 어떤 정책에 대해 의견을 토로하는 보통의 항의 활동과는 다른, `인종주의`, `민족주의`, `차별과 편견` 에 가득찬 어이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들은 단순한 `시민단체`가 아닌, `우익단체` 였습니다. 보통 우익단체들은 좀 무섭게 생긴 남성들이 검정색의 차량에 대형 스피커를 달고 도로를 달리며 선전을 벌이기 때문에 이곳 의원회관 앞에까지는 못 들어 오도록 통제되고 있습니다. 이것을 피하기 위해, 우익단체들은 NGO를 만들고, 활동원도 무서운 남성들이 아닌 남녀노소로 구성해 의원회관 앞길까지 걸어 들어와 자신들의 활동을 벌이는 것이었습니다. 경찰로써도 NGO의 `보통`항의 활동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그냥 지켜 보고만 있는 것이었습니다.

작년 12월 4일 교토에 있는 조선 초급학교 앞에 시민 단체라는 명분을 내세운 우익 단체가 행패를 부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수업중인 학교를 향해 스피커를 들이대고 민족차별과 편견에 가득찬, 폭언, 협박을 마구 퍼 부었습니다. 사실, 일본에서는 가두 선전 활동이 주로 많은 선거 활동 중에도 선전 차량이 학교 앞을 지날 때는 스피커를 끄거나 볼륨을 대폭 줄여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사회 상식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들의 행동은 몰염치하고 비열한 규탄 받아 마땅한 행동이었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어느 조선학교 학생의 어머니가 일본 사회를 향해 쓴 편지를 소개합니다. (내용은 전문(全文)을 번역한 것입니다. 표현상 약간의 의역이 있을 수있습니다.)

여러분께

저는 조선 제일 초급학교에 두아이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인 김이라고 합니다.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지난 4일, 입에 담기조차 싫은 ¹인종차별 단체가 교토 조선 제일 초급학교 앞에서 소란을 부렸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이렇게 화나고 분한 일은 없었습니다.


학교앞에서 아이들에게 들리도록 `간첩의 자식들`, ` 조선학교를 일본에서 몰아내자` 등 인간으로 생각할 수 없는 폭언을 확성기의 폭음과 더불어 내보내며 소란을 피웠습니다. 아이들은 공포에 떨었고 우는 아이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제가 분하고 원통하게 생각한 것은 그 단체에 대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조선 속담에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나` 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정말로 용서할 수 없는 것은 그런 사태를 수수방관하는, `이 사회의 규율과 양식(良識)`이었습니다. 그날 경찰은 아이들이 겁에 질려 떨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이에 끼어있는 입장`이라며 그들의 행패를 제제하지도 않고 교문앞에서 교사를 향해 폭음을 내는 스피커도 금지시키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언론의 자유입니까? 법과 경찰이 어린 아이들을 보호해 주지 않는 것에 대해 참을수 없이 괴롭습니다. 그들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 할수 있는 ²공원임에도 불구하고, `불법점거`라고 비아냥거리며, 지역의 주민들도 이용하고 있는 골대를 밀어내었습니다. 이것은 기물파손에 해당하지 않습니까? 강제집행 이라는 것은 일반 시민의 권한에 해당합니까? 어린 아이들이 공포에 질려 울고 있는데 이것은 협박죄에 해당하지 않습니까? 거기에 있는 개인과 단체를 비방,중상하는 것은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습니까? 그곳으로 달려간 우리들이 목이 쉬도록 경찰에게 호소했건만 상대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학교로 달려가기 전에, 어느 대학의 인권 교육 강좌에 초청되어 `인권과 어린이의 교육받을 권리` 에 대해 `아는척` 하며 강연을 했습니다. 지금처럼, `인권과 어린이의 교육받을 권리`라는 것이 허무한 말로 들린적은 없습니다. 저는 이문제에 대해 일부 인종주의자 집단의 문제가 아닌, 그런것들을 허용하는 일본 사회의 양식에 의문을 느낍니다.

이런 집단은 일본사람의 일부 일지도 모릅니다. `일본 사람은 나쁜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믿어 주세요` 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로는 일본 사람도 피해자일지 모르지만, 이번 문제의 본질은 아닙니다.

명확히 말해, 이런 문제가 일어난 것은 이런것이 허용되는 사회라는 것입니다. 지금이야 말로 `일본 사회의 양식`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분한 경험을 많이 해 왔습니다만, 더이상은 싫습니다. 다음에도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면 또 우리들 조선사람은 교문 앞에 서서 이를 갈며, 피눈물을 흘리며 참기만 해야 합니까? 솔직히 이번의 아이들에게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라는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분해서 잠도 잘수 없습니다.

돌아가신 조부모님들과 재일1세 분들이 하늘에서 보고 있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요. 자신들의 증손자들 까지 이런 억울한 경험을 해야 하는가 라고 한탄하고 있겠지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여러분, 이 사회의 양식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1.이른바, `재일 특권을 허락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 이라는 단체. 2.이 학교에는 운동장을 설치할 공간이 없어, 학교 앞의 작은 공원을 쓸수 있도록, 주민 자치회와 구청측등과 합의하에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건이 일어나고 일본 사회내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었습니다. 재일본 조선인 총연합회(이하, 총련이라고 합니다.)에서 발행하는 신문인 `조선신보` 인터넷판에 의하면, 이 사건이 있고 나서, 사건이 일어난 교토, 오오사카등에서 이번 사건을 비난하는 시민 집회가 열려, 각지에서 600명 이상의 일본 시민 단체, 인권 변호사등이 모여 규탄을 하고, 일본 사회를 `공생사회`, `다문화사회`로 좀더 발전 시키기 위한 토론회도 벌였습니다.

이 집회에서 다케무라(武村) 변호사는, `과장되어 선전되는「조선의 위협」에 모두가 속고 있고 그것과 동시에, 사회 불만의 배출구로써 외국인을 배격하는 움직임이 현저하게 늘고 있는 것에 대해 경종을 울리며, 먼저 `차별 금지법`등을 제정해서 차별을 범죄시 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들의 마음에 상처을 입히는 이번 사건을 일으킨 `단체`는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참가한 시민들로 부터도「같은 일본인으로써 부끄럽다. 지역 주민으로써 분노를 느끼며, 그런 단체들을 배격해야 한다.」,「이번의 사건은,『표현의 자유』라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을 시민단체 또는 정치 단체로서 인정해서는 안된다」등의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번 사건이 있었던 교토의 조선 제1초급학교에는 조선국적 분들 뿐만이 아닌, 한국국적 즉 재일 대한민국민단(이하, 민단이라고 합니다.) 의 자녀 분들도 다니고 있었습니다. 재일 분들 중에 한글 그리고 한국어를 제대로 가르치려 하는 분들이나, 거주지 근처에 한국학교가 없을 경우 다니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사건이 생기고나서도,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민단측의 공식적 반응은 없었습니다. 우익단체가 적으로 삼고 있는 것은 단지 총련 관계뿐이 아닌 `외국인` 그 중에서도 한/조선반도, 중국, 대만등 차별 호칭인 이른바 `삼국인(三國人)` 들입니다. 우익단체는 그들을 한번에 적으로 만들면 곤란하게 됨으로 각개격파를 위해, 조선적 분들을 우선적으로 꾸준히 공격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국적의 분들 특히, 민단 분들이 그런 차별과 폭력에 대해 침묵해 버리면 그 다음으로 각개 격파 당할 대상은 누구인지 뻔하죠... 평소에 말로만 `우리민족`, `동포` 라는 호칭으로 부르는 것이 아닌, 어려운 때일수록, `단결`이 필요함을 인식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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