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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블로그] 일본,무연(無緣)사회

등록 2010-02-08 11:11

최근 일본에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현상중 하나가, `무연사(無緣死)` 입니다.

무연사란, 이른바 고독사(死)의 다른 표현으로 이것은 타인과 인연을 맺지 않는 또는, 맺으려 하지 않는 `무연사회`가 전제된 개념입니다. 현재 일본에서는 지방 자치단체등 관청에 의해 확인된 것만으로 년간 3만2천명의 무연사가 집계되고 있습니다. 즉, 일년에 약 3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아무도 모르게 임종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 무연사의 대부분은 유체가 사망후 한참 지나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부패가 시작되어 냄새를 느낀 이웃 사람등의 신고로 경찰에 의해 발견되는 경우이지요. 이들의 대부분은 독신자입니다만, 그중에는 가족, 친척등도 있으나, 그런 관계들이 멀어진 경우로, 예를들어, 친척 아저씨 누구누구와는 벌써 20년 가까이 연락이 끊어진 상태라는 등의 경우입니다.

고령화 사회는 한국도 일본도 마찬가지로 일본의 경우, `한세대`의 기간이 12% 늘어나고, 고령자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며 살고 있는 근처에서 말상대도 없는 고령자들도 늘어나고 있어, 점점 무연사회化 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전쟁후 급속히 도시화가 진행되며 일본인들은 지방에서 도회로 거주지를 옮기거나, 그 지역이 도시화되며 `회사`를 중심으로 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이웃또는 마을 단위의 접점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시골의 인습적인 관계를 거부하고, 어떤 의미로 도시의 핵가족으로 `자유`와 `행복`을 만끽하려는 라이프 스타일을 선호했습니다. 그리고 `돈`과 `일`만으로 사람 관계를 만들며, 이웃에는 아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 되어버려 회사에서 벗어나면 고립된 개인으로 세상을 살아가게 된 것입니다.

사실 이런 현상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옆집 숟가락이 몇개 라는 식의 간섭 또는 감시로 느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고, 회사에서 일로 녹초가 되어 돌아와 휴일 정도는 사람과 만나기 보다는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입니다.

선진국 사회 구성원의 사회적 고립율을 조사한 사회 학자에 의하면 이웃과의 소통 부재율이 미국이나 유럽이 2%에서 6% 였던 것에 비해 일본은 16%로 단연 높았습니다. 이것은 역시 전쟁후 급속히 경제 성장을 이룩한 일본의 암부(暗部)의 하나라고도 생각합니다. 즉,「경제지상주의」와「회사우선주의」가 중심이 된「국민총동원 체제」가 이루어 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회사 이외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시간이나 여유도 빼앗겨 회사만이 커뮤니티이며, 공동체인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 냄으로써, 인간다운 삶, 인간으로써의 생활을 빼앗아 버리는 시스템이었던 것입니다. 주 70시간 이상의 로동을 하고 일요일에도 접대 골프등을 나가야 `유능한` 회사원으로 불리는 생활을 했던 사람들이 이웃과의 인간적인 교류나 참된 삶을 생각할 여유는 없었을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개인의 가치관의 문제도 있을 것입니다. 집단과의 관계, 사람 관계, 가족의 관계에 많은 고민이 있어 번거롭게 생각해, 인연을 끊고 살고 싶었기 때문에, 고독하게 살아 온 사람도 있을 것이고, 가족이나 연인이 행복의 근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현재도 일본은 독신 비율이 높은 상태 입니다만, 통계청의 조사에 의하면, 앞으로 20년후, 평생 한번도 결혼을 하지 않는 `일생독신자`는 남성이 3명중 1명, 녀성이 4명중 1명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한국 사회도 일본 사회도 `화폐`로 생활의 대부분의 것들을 해결 할 수 있는 서비스 사회의 경향이 강합니다. 편리함, 효율성을 선택하고 `쓸쓸한 사회`를 만든 것입니다. 사회 스스로가 화폐가 기준이 되는 편리하고 효율적인 행위를 만들어 왔기 때문에 가족이나 혈연, 인연등의 역할을 느슨하게 했다고도 생각할 수있습니다.

한국도 일본도 `內집단`과 `外집단`에 대한 구별 의식이 강해(한국이 좀더 심한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내집단 구성원에게는 불법행위도 눈감을 만큼 감싸고, 외집단 구성원에 대해서는 냉혹합니다. 이러한 행동 양식이 지금, 무연사나 노숙자, 또는 빈곤층의 사람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노후 문제나 사회 보장이라고 하는 것은 국가나 회사만이 해 주는 것도 아니며, 가족이나 친족만을 의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웃이나 지역 공동체의 부활이야말로 우선적인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인간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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