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친구들 또는 이웃 아이들과 뛰어 놀다가 넘어지거나 주먹다짐을 해, 여기저기 상처를 입거나, 울며 집으로 돌아오던 기억들을 한두개 쯤 가지고들 있을 것입니다. 저는 어릴때 자전거를 처음 배우며 많이 넘어져 지금도 무릎에는 많은 흉터들이 있습니다.
얼마전 일본의 소학교(초등학교) 양호 선생님들이 조사한 결과를 보고 매우 놀랐습니다. 학교 안에서 또는 친구들과 공원에서 놀다가 넘어진 학생들의 반수 이상이 무릎이나 팔에 상처를 입은 것이 아닌, 얼굴에 상처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보통 사람이 넘어지거나 할때는 안면이나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손이나 팔이 나와, 먼저 그것들이 지면에 닿습니다만, 최근의 어린이들은 손이 나오는 것이 늦거나 나오지 않거나 해, 얼굴이나 머리가 직접 지면에 닿는다는 것입니다. 즉, 거의 `일자(一字)`로 넘어진다는 것이죠.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몇가지의 이유를 말하고 있습니다.
먼저, 의료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유아기때 아기들이 기는 것을 배우기 전에 앉는 것을 배우기 때문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최근의 부모들은 아기들이 빨리 앉히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해, 1살이 되기 이전에 앉는연습을 시키거나, 이른바 직립보행기에 앉혀 걷는 연습을 많이 시킵니다. 또한 아기들이 기면서 손으로 무엇인가를 집어 입에 넣거나 하면 위험하다고 생각해 기는것을 시키지 않으려는 부모들도 많습니다. 그런이유에서 기면서 손과 팔의 근육을 쓰거나 그대로 구르거나 하는 경험을 거의 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라면서 손,팔의 움직임이 발달을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교육계의 설명은, 최근의 어린이들이 집밖에서 뛰어 놀기 보다는 게임이나 인터넷등 집안에서 노는 경향이 강해 그렇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밖에서 놀며 다른 사람과 부딪치거나, 구르고 넘어지는등의 경험이 적기 때문에 손,팔을 쓸 기회를 많이 상실해, 운동 능력이 저하되어 그렇다는 이유입니다.
다음으로 사회학자의 생각은, 일본이 안전과잉 사회라서 그렇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처럼 안전 불감증이 만연해 있는 것은 곤란하며, 사실 안전한 사회란 필요한 것입니다만, `과잉`은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도 초등학생들이 범죄 이외에 위험한(?) 물건, 장소, 상황을 접할 기회는 거의 없는것 같습니다.
여기서 말씀드리는 `위험`이란 것은 예를들어, 집뒤에 약간의 경사진 뒷산이 있어 거기서 굴렀던 경험이 있다거나, 건물이나 구조물의 모퉁이에 부딪쳤던 경험이 있다거나 하는 것입니다. 그럴만한 장소는 모두, 접근금지로 해놓거나 부드러운 재질의 물건으로 꽁꽁 싸매어 놓아 실제로 볼수도 접할수도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떤것이 위험한 것이며, 어떤 장소가 위험한 장소이며, 어떤 상황에서 자신의 머리등을 보호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어린이가 많다는 것이죠. 물론 어느 정도의 본능이 작동을 해 자신의 신체를 지키려는 행동은 있을지 모르지만, `연습`과 `경험`이 부족해, 그 행동이 늦거나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사실 어린이 뿐만이 아닌 지금의 일본 젊은이들을 보아도 비슷한 느낌을 갖습니다. 지금의 20대는 이른바 `매뉴얼 세대` 라고 불립니다. 즉, 창의적, 독창적 사고나 도전 정신등이 부족하고, 설명서의 지시대로, 주어진 대로, 설명된 대로만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사무실에 있던 젊은이들 중, 이런 타입들이 많았습니다. 예를들어, 지도를 주고 사무실에서 A지점까지 가서 B를 실행한 다음에 C로 가라. 라고 지시를 하면, A지점까지 가는 동선을 어떻해 해야 할지 모르고, B를 실행하는 방법을 하나하나 가르쳐 주지 않으면 모르고, 사무실로 일단 돌아왔다가 C로 가면 안되냐고 묻습니다.(귀소본능?) 자신이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에 경험이 없고, 대부분이 누군가에게 의논(?)해 `안전함`을 확인하고 나서야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제일 큰 문제는 만일 그 업무에 미스가 생기면,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어 그런가를 생각하기 이전에, `자세한 매뉴얼이 없어 그렇다.`, ` 누가누가 가르쳐 준대로 했을 뿐이다.` 라는 말이 먼저 나왔습니다. 물론 이런 젊은이들은 오래가지 못했고 역시 유능하고 진취적인 젊은이들은 인정을 받았습니다. 또하나, 이런 습성은 학력,학벌과는 큰 상관 관계가 없었습니다.
한국도 일본도 이전 부터 과보호 라는 말은 심심찮게 화제가 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일본의 경우에는 극단적으로 편리와 안전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지요. 얼마전 뉴스를 보니, 편의점(세븐일레븐)에서도 기계를 조작해,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을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구청이나 시청까지 가지 않고 편리하겠다는 느낌은 들었습니다만, 이 조작을 위해서는 주민 기본 넷트에 등록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 제도에 대해서는 개인 정보를 국가가 전부 관리하게 된다는 반대 의견도 거세, 아직 일상화 되고 있지는 않는 제도 입니다. 그런데 과연 일상 생활중에서 과연 편의점에서 주민등록등본을 발급 받아야만 할 급한 일이 일년에 몇번이나 있을까요? 지나친 편리와 안전 속에서의 생활은 물론 안락함을 보장하는 것이기는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자신의 몸은 자신이 지킨다는 인식이 없어지며, 또한, 과보호로 인해 발생되는 개개인들에 대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 또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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