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일본제국주의가 조선을 강제병합한지 100년이 되는 해이므로 사람마다 느끼는 감회가 다르겠지만 사회일각에서는 여전히 일본의 죄악에는 눈감고 일본과 손잡고 동족인 북한과의 전쟁과 반목을 부추기는 세력이 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에 일본제국주의자들이 조선을 강제병합하자던 정한론을 따져보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은 1852년 미국의 페리제독이 개국을 강요한 이래 265년에 걸친 에도막부의 강압정책과 가문이 없으면 출세할 수 없는 사회제도에 불만을 품은 지방의 하급사무라이들이 에도막부의 권위에 도전하며 반기를 들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사쓰마번과 죠슈번이 일왕인 천황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암투가 치열하게 전개되는데 그 과정을 보면 이들이 과연 조선의 당쟁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사쓰마번과 죠슈번은 필요에 따라 번갈아가며 양이론(쇄국정책)과 개국론을 펼쳤는데 이들에게 애국심은 결단코 없었고 천황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권력을 잡기 위한 방편이었습니다. 이렇듯 죠슈번과 사쓰마번이 서로 죽고 죽이며 대립이 격화되자 토사번 출신의 사카모토 료마와 나까오카 신타로 의 주선으로 사쓰마대표 사이고 다카모리와 죠슈대표 기토 다카요시가 막부에 대항하는 동맹을 맺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1886년의 샷쵸동맹입니다.
일본에서는 보통 사이고 다카모리, 오쿠보 도시미츠, 기토 다카요시를 유신3걸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 거간꾼인 사카모토 료마가 시바 료타로의 "료마가 간다" 라는 소설책 덕분으로 유신4걸로 이름을 내밀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메이지유신 4인방도 치열한 당파와 파벌싸움에 모두 제명에 살지못하고 암살당하거나 자살해야했으니 이들의 운명도 기구합니다.
메이지 유신 4인방 중에서 사이고 다카모리가 바로 조선을 정벌해야한다고 주장한 정한론의 당사자인데 그는 양이론을 외치면서도 삿쵸동맹으로 토막파(에도막부 타도)의 대장이 되자 영국군을 끌어들여 에도막부에 대항했고 토막파가 영국군을 끌어들이자 에도막부는 프랑스와 손잡고 일왕과 토막파에 대항합니다. 이는 마치 조선이 청나라와 러시아를 끌어들인 것과 진배없는 작태였습니다.
메이지 유신에 성공한 이후 사이고 다카모리는 무사계급의 폐지로 불평하는 무사들을 달래고 그들에게 이권을 나누어 주기위해서 조선을 정벌해야한다는 소위 정한론을 주장합니다. 이는 마치 히데요시가 조선정벌을 주장한 것과 같은 논리로 일본의 영웅이란 모두가 조선의 피눈물과 관계있으니 일본과 하늘을 두고 양립하기 어려운 이유가 됩니다.
그러나 유신 4인방 중 사카모토 료마는 이미 신선조에 의해 목없는 시체가 되었고 기토 다카요시와 오쿠보 도시미츠는 사이고 다카모리의 정한론에 반대하며 내치우선을 주장하게 되는데 이는 메이지정권의 실권이 사이고 다카모리에게 돌아갈 것을 시기한 두사람의 의견일치가 결정적이었습니다.
결국 사이고 다카모리는 정한론이 반대에 가로막혀 실각하고 고향인 가고시마로 돌아가 불평불만에 가득찬 무사들을 이끌고 자신을 수반으로 하는 정권을 만들기 위해서 쿠마모토 성에서 반란을 일으킵니다. 이것이 바로 1877년의 서남전쟁입니다.
이 서남전쟁은 탐 크루즈가 출연한 "라스트 사무라이"라는 영화로도 잘 알려져있는데 그 내용은 많이 왜곡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우선 영화내용처럼 사이고 다카모리역의 카츠모토는 국가와 사무라이의 명예를 위해서 전쟁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자신의 탐욕과 권력을 위해 자신을 수반으로 하는 정권을 위한 반란을 일으켰다는 것입니다.
특히 영화 속에서 천황의 측근으로 나오는 오쿠보 도시미츠는 바로 사이고 다카모리와 같은 사쓰마 출신의 동문수학한 친구사이인데 권력은 피도 눈물도 없는 것이어서 두친구는 메이지 유신 4인방으로 추앙받으면서도 권력을 잡은 후에 서로의 이익과 파벌을 위해 냉정하게 갈라서 죽고 죽이니 일본역사에 진정한 친구는 없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알그렌 대위(탐 크루즈)가 반한다는 사무라이 정신이란 무엇입니까? 이영화의 함정은 바로 "남을 죽이고 남의 것을 빼앗으며 전쟁없이는 살 수 없다는 카츠모토의 정신"을 감상적으로 처리한 사무라이 정신입니다.
게다가 알그렌 대위가 미국에서 인디안을 학살하고 남북전쟁에서 동족을 죽이던 군인이라는 것을 알고나면 신식무기로 무장한 정부군이 구식무기로 무장한 카츠모토의 사무라이 군대를 기관총으로 무차별 학살하는 장면에서 감동은 전혀 없어집니다.
카츠모토의 군대가 사무라이 정신때문에 칼과 창과 활로만 무장하며 기관총과 소총에 몰살한다는 것은 기막힌 거짓말입니다. 서남전쟁은 무려 2만5천명의 잘 무장한 대군을 거느린 사이고 다카모리의 반란이었으나 그의 서툰 전쟁솜씨로 패하며 멸망한 것입니다.
더구나 영화의 한장면은 전국시대에 오다 노부나가 부대의 3천자루의 조총속으로 무모하게 돌진하며 몰살당하는 어리석은 다케다 가쓰요리의 기마대를 연상케하니 무모하게 몰살당하는 것을 마치 사무라이 정신으로 착각케하는 어리석은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뻔히 패할줄 알면서도 부하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으며 돌격을 강요하는 것"을 일본학자들은 "일본멸망의 논리"라고도 합니다.
영화에서 처럼 사이고 다카모리는 서남전쟁에서 패하며 쓸쓸하게 자결하며 최후를 맞습니다. 정치적 권력에 대한 욕심이 목구멍까지 들어차 마침내 입밖으로 나온 순간 그의 최후는 결정된 것이었고 그의 허술한 전쟁준비는 웃음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만약 그가 일본의 라스트 사무라이라면 절대 아니라고 할 인물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그는 결국 가장 절친했던 친구인 오쿠보 도시미츠에 의해서 배신당하며 죽었고 오쿠보 도시미츠 역시 1년후 불평불만에 가득찬 무사들에 의해 암살당했으니 동향친구이며 메이지유신 4인방이라고 추앙받는 인물들의 최후치고는 그들의 권력욕이 허무할 정도입니다.
사이고 다카모리의 고향인 가고시마와 도쿄의 우에노 공원에는 그가 개를 끌고있는 키작은 배불뚝의 우스꽝스런 동상이 서 있는데 무심한 우리 관광객들이 그냥 보고 지나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라스트 사무라이라는 영화때문에 그가 마치 사무라이들의 명예를 위해서 반란을 일으키고 패하자 장렬하게 할복한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는 부상을 입자 일본의 관습으로 부하가 목을 쳐서 죽였으며 그의 반란은 자신의 정권욕 때문임을 꼭 알아야 할 것입니다.
결국 조선은 1910년 사이고 다카모리의 주장대로 일본에 강제병합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하지만 그후 100년이 지났어도 일본은 여전히 자신들의 침략을 정당화하고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니 정한론에서 후퇴한 것이 없고 친일파들은 우리의 발전이 일본식민통치 덕분이라는 논리를 주장하니 한심합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식민사관에 파묻혀 조선은 망해야할 나라이며 명성황후를 민비라고 부르며 잘죽었다고 폄하하지만 조선의 어느 왕후도 민비처럼 성으로 불리는 경우가 없다는 것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일본식민사관에 교묘히 물들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민주당 김근태조차 고종이 죽어야할 황제라고 비난한 대목에서 저는 기가막혀 할 말이 없습니다.
후쿠자와 유키치조차 탈아론에서 "에도막부는 반드시 타도해야할 거대한 벽"이라고 주장하며 메이지 유신으로 타도했지만 일본은 결코 에도막부를 없애야 할 역사로 보지 않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조선은 망해야 할 나라가 아니라 오늘의 대한민국이 태어나는 역사의 필연적 과정이었고 단지 힘이 약하고 침략을 할 줄 몰라 일본에 당했을 뿐이며 우리는 일본이 주장하듯 하늘에서 내려온 민족이 아니라 일본에 망한 조선을 이은 나라의 백성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제 일본은 확실히 100년 전 정한론으로 침략야욕에 불타는 야심만만한 젊은 사무라이가 아니라 야욕은 변함없으되 이빨빠진 늙은 여우의 비틀거리는 모습입니다. 나라는 세계최고의 빚쟁이 대국이 되어 병들어 토요타처럼 비틀거리고 많은 국민들은 희망없이 방황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일본은 100년전 우리가 불행할 때 우리나라를 집어 삼켰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이기회에 일본에게 확실한 우위를 점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김구선생이 주장하신대로 우리가 침략을 받았으니 남의 나라를 침략해서는 안되겠지만 우리 스스로 부강해지면 됩니다. 정한론을 주장했던 사이고 다카모리의 일생은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하고 죽었으니 가장 비참한 일생이며 그는 라스트 사무라이가 아니라 일본의 마지막 반역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본이 그를 아직도 치켜세우는 중심에는 그가 주장한 정한론 즉 조선침략을 당연시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결코 잊으면 안됩니다 요즘 일본의 인기드라마라는 "료마전"에도 사이고 다카모리는 필연적으로 등장할 테니 그들이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일본군국주의자들의 시조들을 방영하는 속셈에는 100년 전의 조선강제병합을 당연시하려는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라스트 사무라이에 나오는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은 "약자는 인정사정없이 잔혹하게 짓밟지만 강자에게는 결코 덤비지 못하고 예의를 갖추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맙시다. 우리는 좀 더 강해져야 합니다. 그래야 일본이 망언을 못하고 독도영유권 주장도 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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