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조선중고급학교 고급반 오전 수업을 끝낸 학생들이 10일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전통의상을 개량한 여학생들의 검정색 치마저고리 교복은 종종 일본 우익들의 공격 표적이 되곤 한다.
‘무상교육 제외 논란’ 도쿄 조선학교 가보니
“티아라 알아요?” 여느 고교와 다를 바 없어
“티아라 알아요?” 여느 고교와 다를 바 없어
도쿄 기타구의 주조역 근처에 있는 도쿄 조선중고급학교(중고등학교)의 철제 정문은 늘 한 사람이 드나들 수 있을 만큼만 열려 있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학생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일이 생길지 몰라서다.
이달 들어 이 좁은 문을 지나 많은 외부 유력인사가 학교를 찾았다. 일본 정부가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인 고교 무상화 대상에서 “조선학교만은 예외로 하자”는 나카이 히로시 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담당상의 2월23일 의견에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긍정적인 답변을 한 뒤, 이 문제가 큰 관심사가 된 까닭이다. 지난 3일 오전엔 마타이치 세이지 부당수를 비롯한 사회당 간부들이, 오후엔 고교무상화 법안을 심의중인 중의원 문부과학위원회 다나카 마키코 위원장 등 23명의 의원이 학교를 찾았다.
“정부가 아직 정식 학교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우리 학교를 문부과학위원회에서 방문한 것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우리 학교를 실질적으로 학교로 인정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입니다.”
신길웅(61) 교장은 10일 기자에게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고등학교 과정을 둔 도쿄에 하나뿐인 조선학교장인 그는 “뜻이 잘못 전달될까 두려워 그동안 언론 접촉을 피해왔다”고 했다. 멀게는 도쿄에서 100㎞나 떨어진 군마현에서까지 일부러 멀리 떨어진 도쿄의 조선학교를 다니는 이들이 그를 밀어주는 힘이다.
“어이가 없어요. 우리는 반일 교육을 하는 게 아닙니다.”
신 교장은 나카이 장관의 ‘무상교육 조선학교 배제’ 주장을 “조선학교에 대한 몰이해 탓”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조선학교를 공화국(북한)과 직결시키고, 정치와 교육을 결부시켜 생각하는 사고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정적, 정신적으로 북한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교육은 별개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조선학교는 교육과정이 일본학교와 거의 같다. 학제도 일본식을 취하고 있다. 다만 국어와 조선역사, 사회를 따로 가르친다. 교과서는 한글로 풀어서 조선학교 선생님들이 만든다. 신 교장은 “일본에 사는 우리는 반일 교육은 생각도 안 하고 있다”며 “단지 역사를 정직하게 가르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일례로 조선학교에서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를 잘못된 일이라고 가르친다.
“조선학교엔 세금 못쓴다?
우리 학부모도 세금 낸다
정치·교육 연결짓지 말아야”
신길웅 교장, 차별에 일침 교실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를 걸고 있다는 점은 오해를 키우는 뿌리다. 그러나 조선학교들의 설립 과정에 북한의 지원이 큰 힘이 됐고, 지금도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신 교장의 설명이다. 의무교육 과정인 중학교 교실에선 학부모들의 의견에 따라 초상화를 뗀 조선학교도 많다고 한다. 일본인이 낸 세금을 조선학교 지원에 쓸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신 교장은 “학부모들이 일본에 세금을 다 내고 있다”며 “일본 학교에 가면 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학생들”이라고 반박했다. 사실 학생들의 국적도 절반이 ‘한국’이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조선학교 학생의 국적은 80%가 ‘조선’이었으나, 현재 도쿄 조선중고급학교의 경우 조선적과 한국적이 거의 비슷하다. 일본인과 결혼했거나 사업상 일본 국적을 취득한 사람의 자녀도 2~3%가량 된다. 신 교장의 안내로 돌아본 교실에선 분홍, 청자색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선생님이 강의에 열중이다. 휴식시간에 한국에서 왔다고 신 교장이 기자를 소개하자 학생들이 박수를 쳤다. 한 학생이 우리말로 “티아라 알아요?”라고 묻는 등 연예인 이름을 줄줄이 대며 관심을 보이는 게 여느 고등학생들과 다를 바 없다. 이 학교엔 고등학생이 585명, 중학생이 167명 다닌다. 재정을 수업료에 의존하는 형편에서 저출산 등으로 학생 수가 점차 줄어 어려움이 크다. 학교 예산은 연 4억엔. 이 가운데 재무부 소유인 학교터 임대료로 4500만엔이 나간다. 도쿄도에서 지원받는 돈은 지난해 630만엔에 불과했다. 북한 쪽 지원액은 이 학교로 10만엔밖에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수업료를 일본 학교만큼 받을 수도 없다. 신 교장은 “교사 초임이 10만엔을 조금 넘는 정도이고, 56명의 교사 월급이 몇 달씩 미뤄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 교장의 탁자 위에는 이번 논란 이후 전국에서 날아든 일본인들의 격려편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는 “조선학교가 일본에서 이렇게 큰 격려와 지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우리 학부모도 세금 낸다
정치·교육 연결짓지 말아야”
신길웅 교장, 차별에 일침 교실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를 걸고 있다는 점은 오해를 키우는 뿌리다. 그러나 조선학교들의 설립 과정에 북한의 지원이 큰 힘이 됐고, 지금도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신 교장의 설명이다. 의무교육 과정인 중학교 교실에선 학부모들의 의견에 따라 초상화를 뗀 조선학교도 많다고 한다. 일본인이 낸 세금을 조선학교 지원에 쓸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신 교장은 “학부모들이 일본에 세금을 다 내고 있다”며 “일본 학교에 가면 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학생들”이라고 반박했다. 사실 학생들의 국적도 절반이 ‘한국’이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조선학교 학생의 국적은 80%가 ‘조선’이었으나, 현재 도쿄 조선중고급학교의 경우 조선적과 한국적이 거의 비슷하다. 일본인과 결혼했거나 사업상 일본 국적을 취득한 사람의 자녀도 2~3%가량 된다. 신 교장의 안내로 돌아본 교실에선 분홍, 청자색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선생님이 강의에 열중이다. 휴식시간에 한국에서 왔다고 신 교장이 기자를 소개하자 학생들이 박수를 쳤다. 한 학생이 우리말로 “티아라 알아요?”라고 묻는 등 연예인 이름을 줄줄이 대며 관심을 보이는 게 여느 고등학생들과 다를 바 없다. 이 학교엔 고등학생이 585명, 중학생이 167명 다닌다. 재정을 수업료에 의존하는 형편에서 저출산 등으로 학생 수가 점차 줄어 어려움이 크다. 학교 예산은 연 4억엔. 이 가운데 재무부 소유인 학교터 임대료로 4500만엔이 나간다. 도쿄도에서 지원받는 돈은 지난해 630만엔에 불과했다. 북한 쪽 지원액은 이 학교로 10만엔밖에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수업료를 일본 학교만큼 받을 수도 없다. 신 교장은 “교사 초임이 10만엔을 조금 넘는 정도이고, 56명의 교사 월급이 몇 달씩 미뤄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 교장의 탁자 위에는 이번 논란 이후 전국에서 날아든 일본인들의 격려편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는 “조선학교가 일본에서 이렇게 큰 격려와 지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