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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 ‘1회용 파견’ 급제동…고용 안정화로 유턴

등록 2010-03-21 21:55

지난 2005년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공장내 생산라인의 모습. 회사가 급성장하던 2004년부터 파견직을 늘려 폭주하는 주문에 대응했던 도요타자동차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들을 대규모 해고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 2005년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공장내 생산라인의 모습. 회사가 급성장하던 2004년부터 파견직을 늘려 폭주하는 주문에 대응했던 도요타자동차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들을 대규모 해고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하토야마 내각, 24년만에 파견제 ‘대수술’ 나서
“기능 숙련위해 고용안정 필요” 제조업 원칙적 금지
날품팔이·한시파견도 제동…개정안 6월 통과될듯




도요타자동차는 회사가 한참 잘 나가던 지난 2004년 1350명의 파견사원을 고용했다. 그러나 2008년 가을 세계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나빠지자 이들을 줄여 지금은 50명만 남겨두고 있다.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늘었어도, 지난해 4월 입사한 대졸사원 900여명을 일시적으로 공장에 배치해 대응했다. 파견노동자들을 고용 조정의 ‘범퍼’로 쓴 셈이다.

후생노동성 집계를 보면, 파견노동자는 전체 일본 노동자의 3%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지난해 일본에서 사라진 58만개의 일자리 가운데 55%는 ‘파견’ 일자리였다. 파견노동자 140만명 가운데 넷 중 한명 꼴인 32만명이 지난해 일자리를 잃었다.

“갑자기 해고된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는 분한 마음과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는 감정을 공통되게 느낄 수 있어요.” 한 일본인 노동상담가의 말이다. 실제로 기업들은 ‘신속하게 결원을 보충할 수 있다’는 이유로 파견노동자를 쓰고, 또 낡은 부품처럼 쉽게 버린다.

일본이 이런 노동자 파견 제도에 ‘대수술’을 선언했다. 파견고용을 더 쉽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춰온 지금까지의 흐름을 뒤집어, 함부로 파견고용을 못하게 하는 쪽으로 돌아서기로 한 것이다. 불안정 고용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진 데 대한 반성에서다.

하토야마 내각은 지난 19일 등록형 파견과 제조업체에 대한 파견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파견법 개정안’을 각료회의에서 의결했다. 연립여당이 이미 합의한 이 법안은 6월 중순에 끝나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파견노동자 현황
일본 파견노동자 현황
일감이 있을 때만 한시적으로 고용해 파견하는 이른바 ‘등록형 파견’은 이번 법개정을 통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파견회사는 통역, 비서업무 등 26개 전문업종을 제외하고는 파견할 노동자를 상시고용(상용형 파견)해 일이 있든 없든 급여를 줘야 한다. 날품팔이나 고용계약 기간이 2개월 이하인 파견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제조업체에 대한 파견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장기고용인 경우에만 허용한다. 파견노동자의 42% 가량은 현재 제조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후생노동성 자문기관인 노동정책심의회는 “제조업은 국가 기간산업인데 노동자가 기능을 계승하려면 안정적으로 고용돼 있는 게 중요하다”고 이런 조항을 넣는 이유를 설명했다.


법을 어기고 파견사원을 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그 기업이 파견사원에게 고용계약을 신청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조항도 담았다. 법 개정안은 등록형 파견 및 제조업 파견의 원칙적 금지는 법 공포뒤 3년 이내에, 나머지는 법 공포 뒤 6개월 안에 시행할 예정이다.

재계는 강력한 파견규제가 인건비를 높여 기업들로 하여금 생산거점을 해외로 옮기게 할 것이라고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 고가 노부아키 회장은 “그것은 기업 논리다. 연수입 200만엔(2400만원)이 안되는 노동자가 1000만명이나 되는데 국제경쟁력에 영향을 주더라도 파견을 규제하는 쪽이 옳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1986년 16개 업무에 한해 처음 파견노동을 허용했고, 점차 대상을 확대하다 1999년엔 파견을 원칙적으로 자유화하기에 이르렀다. 그 뒤 고이즈미 내각시절 파견노동자는 크게 늘어 2002년 43만명에서 2008년 140만명으로 급증했다. 이번 법개정이 고이즈미 내각의 신자유주의 노선을 뒤엎는 상징으로 여겨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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