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커녕 서비스만 악화”
정부 지배 유지 법안 확정
정부 지배 유지 법안 확정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는 2005년 8월 의회를 전격 해산했다. 자신의 핵심 공약인 우정공사 민영화법안이 야당과 일부 자민당 의원들의 반대로 중의원에서 5표 차로 겨우 통과한 데 이어, 참의원에서는 아예 부결됐기 때문이다. 정치생명을 걸고 자신의 오랜 지론인 우정 민영화를 여론에 직접 호소하기로 한 것이었다.
여론은 ‘방만한 재정운용을 타파하고, 왜곡된 금융시스템을 개혁하자’는 고이즈미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9월11일 총선에서 자민당은 480석 가운데 296석을 얻어 15년 만에 단독 과반수를 확보했다. 공천 과정에서 반대파를 탈락시킨 고이즈미는 민영화 법안을 국회에 다시 내 통과시켰다. 자산 360조엔, 직원 20만명이 일하는 ‘공룡’ 우정공사를 사업부문별로 분사해, 2017년 9월까지 민간에 완전매각한다는 계획이었다.
민영화를 전면에 내세운 고이즈미식 개혁의 상징이던 ‘우정 민영화’ 계획을 하토야마 유키오 정부가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24일 지주회사인 일본우정에 자회사인 우편사업회사, 우편국회사를 합쳐 모회사로 하고, 이 모회사로 하여금 유초은행, 간포생명보험의 지분을 3분의 1 이상 보유하게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우정개혁법안’을 확정했다. 모회사도 정부가 3분의 1 이상 지분을 가져, 상장은 하지만 정부가 지배하는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하토야마 정부가 우정 민영화를 전면 중단한 것은 “2만4000여개의 지점망을 가진 우정사업이 분사로 인해 사업부문 간 유기적인 협조가 약화되면서 서비스의 질만 떨어졌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일본 정부는 민영화 중단에 그치지 않고 유초은행과 간포생명의 입지를 더욱 넓혀주기로 했다. 우편예금인 유초은행의 예금 상한선 1000만엔을 2000만엔으로 올리고, 우편보험인 간포생명의 가입 상한액은 1300만엔에서 2500만엔으로 올리기로 했다. 영업 범위도 넓혀, 주택대출과 개호 및 의료분야의 보험상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했다.
하토야마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금융산업의 공공성을 오히려 더 중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유초은행과 간포생명은 현재 일본 개인 금융자산의 4분의 1가량을 예금이나 보험료로 보유하고 있다. 이토록 큰 규모의 금융회사를 정부가 운용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뿐이다. 일본 언론들은 정부의 이런 방침이 민간 금융회사들의 입지를 축소시킬 것이라며, 민간 금융회사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내다본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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