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참의원 자리에서 찬성표
한국 국회와 천양지차 대응
한국 국회와 천양지차 대응
지난달 31일 일본 참의원은 본회의를 열어 <엔에이치케이>(NHK) 예산 등 10개 의안에 대한 투표를 했다. 참의원만이 채택하고 있는 전자투표를 통해서였다. 그런데 투표가 끝난 뒤 사달이 났다. 8번째 의안인 엔에이치케이 예산 투표 때 자민당의 아오키 미키오 의원이 자리를 비웠는데도 ‘전원 찬성’이라는 이상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조사해 보니, 의안 투표 때 자리를 비운 아오키 의원은 다른 안건에도 모두 투표를 한 것으로 돼 있었다. 민주당은 아오키 의원 옆자리의 와카바야시 마사토시(75·전 농림상) 의원이 대리투표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참의원이 발칵 뒤집혔다. 1998년 참의원이 신속한 투표를 위해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한 이후 지금껏 대리투표에 따른 부정 의혹이 제기된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1일 와카바야시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참의원 운영위원회에 냈다. “전대미문의 부정행위로, 국회 결의를 왜곡한 놀랄 만한 사건”이라고 민주당은 비판했다.
자민당도 “민주주의의 근간에 관련된 문제”라며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다니가키 사다카즈 총재는 ‘단호한 대처’를 주문했다. 자민당은 와카바야시 의원에게 의원직 사퇴를 권고했다. 2일 아침 와카바야시 의원은 “아오키 의원이 곧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 평소 협의해온 대로 나와 같은 의견에 단추를 눌렀다”고 고백하고, 의원직을 전격 사퇴했다. 그는 “귀신에 씌었다”며 “너무 부끄럽다”고 말했다. 참의원은 본회의를 열어 즉각 이를 수리했다.
대리투표를 헌정을 흔드는 문제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의원직까지 사퇴시키는 일본의 모습은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 7월 국회의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대리투표가 있었던 사실을 헌법재판소가 나중에 확인했지만, 국회는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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