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 추이
4개월만에 1달러=86엔에서 94엔대로…기업들 경쟁력 회복 반색
일본 엔화의 약세가 3월 하순 이후 가속화하고 있다. 신흥국의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데다 엔화약세로 가격 경쟁력이 회복되면서 일본 기업들은 올해 큰 폭의 수익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일본 기업과 경쟁관계인 한국 기업들은 ‘엔고’에 따른 반사이익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엔화가치는 지난해 11월27일 달러당 86엔대로 15년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은 바 있다. 미국이 재정적자에 허덕이는데다, 일본은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돼 엔 강세는 좀 더 진행될 것이란 예상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은행이 지난해 12월1일 이른바 ‘양적완화’ 정책을 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사실상 제로금리 정책을 펴고 있는 일본은행은 금융회사들에 연 0.1%의 고정금리로 10조엔을 공급했다. 올 들어서는 3월17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금융완화를 단행해, 금융회사 공급 자금을 20조엔으로 늘리기로 했다. 일본은행의 이같은 양적완화 정책으로 엔화 금리는 더 낮아진 반면, 미국은 고용이 증가하는 등 경기회복 기미가 나타나면서 달러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3개월 만기 달러 리보금리는 지난 2월1일 0.249%에서 4월1일 0.291%로 올랐지만, 엔화 리보금리는 0.253%에서 0.241%로 떨어졌다. 이것이 최근 급격한 ‘달러 강세, 엔 약세’의 배경이다. 일본인들의 해외투자가 다시 확대되고 있는 것도 엔화 약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오후 3시 기준 달러당 94.4엔대로 지난 주말보다 0.5% 가량 또 떨어져 거래됐다. 달러에 견줘서는 하락세가 나흘째, 유로에 견줘서는 8일째 이어졌다. 엔 약세는 일본기업들의 수익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본은행이 지난 1일 발표한 ‘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단칸)’ 결과를 보면, 제조업체 대기업의 업황판단지수는 4분기 연속 호전됐다. 특히 자동차와 액정 TV, 반도체 업체의 업황 호전 폭이 컸다. 단칸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제조업체들은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견줘 49.3%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는 연초 예상치 가운데는 역대 최고의 전망”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또한 올해 엔-달러 환율을 91엔으로 보고 추정한 수치라, 엔화약세가 진행되면 실제 수익 개선폭이 더 커질 수도 있다. 도쿄 증권거래소의 닛케이225지수가 최근 11000선을 훌쩍 뛰어넘어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도 ‘엔약세’를 등에 업은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일본업체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업체들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초엔고’에 따른 반사이익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원-엔 환율은 지난해 2월 평균 10엔당 1546원, 4월에도 1356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4월5일 오전 국제금융시장 상황을 종합해 한국은행이 산출한 환율은 1188원까지 떨어졌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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