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방문…‘일부만 현외 이전’ 수정안 설득 승부수
주민 반응 냉담…미 해병대 이전할 가고시마도 반대
주민 반응 냉담…미 해병대 이전할 가고시마도 반대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가 후텐마 문제를 둘러싸고 4일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취임 뒤 처음으로 오키나와를 방문해 미군 후텐마 기지의 ‘현외 이전’ 공약을 지키기 못하게 된 데 대해 사과하고, 정부 수정안 수용을 직접 설득하러 나선 것이다. 오키나와의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추가로 마련할 뜻도 내비쳤다. 그러나 지역 여론이 쉽게 돌아설 것 같지는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날 오전 오키나와 현청에서 나카이마 히로카즈 지사를 만나 “정부 입장이 오락가락한 데 대해 오키나와 주민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일 동맹이나 억지력 관점에서 후텐마 기지 전부를 오키나와현 밖으로 옮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고백하고 양해를 구했다. 일본 정부는 자민당 시절인 2006년 후텐마 비행장을 오키나와현 나고시의 캠프 슈와브 앞바다를 매립해 옮기기로 미국과 약속했으나, 하토야마 정부는 최근 캠프 슈와브 앞바다에 말뚝을 박고 설치한 잔교 위에 활주로를 만드는 수정안을 마련했다. 또 후텐마의 미 해병대 1000명가량을 가고시마현 도쿠노시마로 옮겨 오키나와의 부담을 덜기로 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가장 중요한 것은 오키나와 주민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며, “모든 것을 패키지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해 오키나와를 추가로 배려할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오키나와쪽 반응은 이날도 싸늘했다. 나카이마 지사는 “지난달 25일 9만여명이 모인 현민대회에서 나온 주장이 주민들의 솔직한 목소리”라며 “공약에 따라 해결해주기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내 19개 시정촌장들도 “5월말 기한에 얽매이지 말고 현외 이전을 추진해달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지역신문인 <류큐신보>의 이날 사설은 오키나와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류큐신보>는 “총리의 ‘복안’은 ‘복된 안’이 아니고, ‘뒤집힌 안’이 되어버렸다”며 “미국에 말도 못하는 능력없는 정부라면 지혜와 힘을 갖춘 차기 내각에 해결을 넘기라”고 주장했다.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도 큰 모습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7일에는 가고시마현 도쿠노시마의 대표단을 총리관저에서 만날 예정이다. 그러나 도쿠노시마쪽은 “이번 만남이 거부의 뜻을 분명히 전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키나와에서도 가고시마에서도 하토야마 총리가 지역주민의 동의를 얻어낼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한 국면이다.
잔교 방식의 정부 수정안에 대한 비판도 흘러나온다. 사민당은 “잔교를 설치하는 것도 환경파괴이긴 마찬가지”라며 시한을 두고 문제를 풀라고 요구했다. 자민당은 “공사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공격에 취약해 과거에 검토했다 포기한 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달 23일 5월말까지 후텐마 문제를 매듭짓는 데 “총리직을 걸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