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시민단체 홋카이도 비행장 건설현장서 발굴 진행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강제징용됐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유골 반환이 좀처럼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유골 발굴은 계속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홋카이도 사루부쓰촌의 옛 일본군 비행장 건설현장에서 한일 양국의 시민단체가 한국인 희생자 유골 11구를 찾아냈다고 5일 보도했다. 이 유골들은 지난 1944년에 건설된 홋카이도 왓카나이시 아사지노 비행장 근처 공동묘지 터에서 지난 1일부터 사흘간의 발굴작업에서 찾아낸 것이다. 가토 히로후미 홋카이도대 교수와 안신원 한양대 교수가 지휘한 발굴단에는 양국의 시민과 전문가 75명이 참가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 비행장 건설현장에는 최대 4000명에 이르는 한국인이 끌려와 강제노역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매장·화장 인증서에는 95명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인증서의 사인을 기록한 란에는 급성폐렴, 심장마비 등으로 적혀 있으나 유골 상태는 단순한 질병이나 사고가 아니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신문은 “한 구덩이에서 4명의 유골이 발견되기도 했고, 머리나 다리가 꺾이거나 절단된 유골도 있다”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매장이었다”는 가토 교수의 말을 전했다.
발굴단은 2005년 이후 이번까지 이곳에서 3차례 조사·발굴 작업을 벌여 지금까지 모두 30여구의 한국인 추정 유골을 찾아냈다. 유해는 근처 사원에 가안치한 상태인데, 유족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유해 발굴작업을 이끌고 있는 ‘강제연행·강제노동희생자를 생각하는 홋카이도포럼’의 도노히라 요시히코 공동대표는 “발굴된 유골의 유족을 찾기 위해 일본 정부가 유전자(DNA) 감정 등으로 협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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