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은 외교자료 공개한다더니…
‘작성한 지 30년이 지난 외교 문서는 원칙적으로 모두 공개한다.’
일본 외무성이 지난 3월 초 과거 ‘미일 밀약’ 문서를 조사해 전면 공개한 뒤 새로 밝힌 정책방향이다. 일정 기간이 지난 외교 문서들을 공개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정책 결정자들의 책임성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한일회담 관련 문서에 대해서는 ‘공개 불가’라는 기존 방침을 여전히 고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오전 도쿄고등법원에서는 일본 정부가 한일회담 관련 문서의 상당 부분을 먹칠을 한 채 공개한 것과 관련해 일본 시민단체(한일회담 문서 전면공개를 요구하는 모임) 회원들이 낸 ‘2차 정보공개 소송’의 항소심 첫번째 변론이 열렸다.
원고 쪽 최봉태 변호사는 변론에서 1심 재판부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데 대해 “한국 정부는 관련 정보를 이미 모두 공개했는데, 일본 정부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일본 국민의 알 권리가 한국보다 미약하다는 이야기”라며 “한국의 일제강점 피해자들이 누구에게 피해배상을 요구해야 할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회담 내용은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무성이 외교문서 공개 확대 방침을 밝힌 뒤 열린 이번 변론에서도 일본 정부는 “1심 판결은 정당했다”며, 원고의 주장을 일축했다. 완전 먹칠을 한 채 공개한 ‘독도영유권 문제’라는 제목의 문서에 대해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현안으로, 공개되면 외교 교섭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공개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원고쪽 장계만 변호사는 보고 모임에서 “외무성은 입장을 바꿀 뜻이 전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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