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기증자가 생전에 요청한 경우 친족에게 먼저 장기를 이식할 수 있도록 일본의 장기이식법이 올들어 개정된 뒤 처음으로 ‘친족 우선 장기 이식’ 사례가 나왔다. 이를 계기로 ‘친족 우선’ 제도가 합당하냐는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지난 21일 위암으로 사망한 50살 남성은 사망할 경우 자신의 각막을 기증하기로 서약했고, 친족에게 우선 제공한다는 뜻을 지난 4월 밝혔다. 이에 따라 병원 쪽은 이번에 각막 한쌍을 적출해 눈이 잘 안 보이는 아내에게 한쪽을 이식하고, 다른 하나는 일반 대기자에게 이식할 계획이다. 만약 법이 개정되지 않았다면 이 남자가 기증한 각막은 대기 순서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모두 이식되고, 아내는 2~3년 더 기다려야 했을 터였다.
<산케이신문>은 “장기이식이 활발한 외국에서는 본인의 뜻이라고 해도 친족을 우선하는 예는 없다”며 “이런 제도가 이식 의료를 좁은 범위의 인간관계 안에 국한시켜버릴 염려가 있다”는 메데시마 지로 도쿄재단 생명윤리 연구원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친족우선 제도가 장기 기증을 더 보편화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후쿠시마 노리히데 오사카대 의대 부속병원 이식의료 부부장은 “이번 사례에서도 나머지 한쪽 각막이 다른 대기자에게 이식됐다”며 “친족을 위해 장기를 기증하는 사람이 늘어나도 장기 이식 기회는 그만큼 많아진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본 장기이식법은 친족의 범위를 배우자와 친자식으로 한정하고 있다. 현재 장기기증 등록자 가운데 친족 우선의 뜻을 밝힌 사람은 10% 정도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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