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상 장례식에 참석할 기회가 많습니다. 이곳에서의 장례식에서 좀 놀란 것은, 한국처럼 슬픈 감정을 솔직히 몸으로 소리로 표현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대성통곡을 한다거나 절규나 실신한다거나 하는 경우가 적었습니다. 다들 침통한 표정으로 있거나,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거나 낮게 흐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어느쪽이건 그 사회의 특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일본은 일반적으로 화장(火葬)을 하고 있습니다.(왕실계 사람들은 매장을 합니다.) 이곳의 묘원에 가보면 봉분은 없고, 빽빽히 비석이 서 있습니다만, 그 아래 유골을 넣어 보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추석과 같은 오봉 (お盆)이나 고인의 기일에는 가족, 친지등이 산소에 가, 꽃을 꽂고, 향을 피우고 비석을 씻고 닦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장례 풍습이 바뀌고 있습니다.
최근, 도심부를 중심으로「직접장례」(이하,직접장 이라고 합니다.)라고 불리는 장례식의 스타일이 침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밤샘이나 영결식등의 의식을 치르지 않고, 유해를 직접 화장하는 간소한 형태의 장례식입니다. 보통 일본의 장례식은 밤샘이나 영결식 같은 의식을 거행해 고인을 조문하고, 화장, 납골의 순서로 합니다. 그러나 직접장은 영결식등의 의식(儀式) 부분을 생략하고, 원칙적으로 화장만을 합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우선 고인의 사망이 확인되면, 그 유해를 보관 시설등에서 24시간 이상 보관합니다. 이것은 법률 규정에 의해, 사후 24시간 이내에는 유해를 화장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후, 화장 시설에 유해를 옮겨 관계자가 모여 간단한 의식을 하고, 유해를 화장하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독경이나 기도등의 종교 의식도 할 수 있지만, 생략하는 경우도 많으며 참례하는 인원도 가족, 친인척 몇 명 정도가 되지요.
이러한 직접장은 대부분의 의식을 생략하기 때문에 비용도 적게 들어갑니다. 일본에서 일반적으로 장례식에 드는 비용은 약 200∼250만엥(약 2500만원~3300만원) 정도입니다만, 직접장의 경우에는 관값, 반송비용, 꽃값, 인건비 정도의 비용으로 약 10∼30만엥(약 130만원~400만원) 로 가능합니다. 직접장은 증가 경향으로 2000년대에 들어 장례식 전체에서 직접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일본 전국 평균 5% 정도이고 도쿄 도심부에서는 20∼30%가 직접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직접장이 최근에 느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알려져 있습니다.
첫째, 장례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입니다. 거창한 의식은 필요없이, 가족,친척이나 친구등에게 부담을 끼치지 않고 간소히 하려는 의식이 생긴 것입니다. 그런 생각들에서 장례 형태도 다양화 되어 고인의 개성을 연출하는 목적의 이벤트성이 강한 장례식을 거행하거나, 가족장, 친구장등의 소규모 장례도 많이 늘고 있습니다.
둘째, 사회 구조의 변화입니다. 최근의 일본 사회에서는 독거 노인 즉, 혼자 사는 고령자의 자취 생활이 드물지 않은 모습이 되었습니다. 예를들어 최근의 평균 연령은 80세 정도 입니다만, 이른바, 회사 인간으로 불리던 일본 사람들이 60세가 지나 현역에서 은퇴해 생활 할 경우, 20년 정도는 회사등의 긴밀한 인간 관계를 가지지 않게 되고 그렇게 되면 많은 조문객들을 부르는 형식의 장례식은 많은 신경이 쓰이게 되지요.
또한 아이들을 갖지 않는 부부등도 늘고 있어 거기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인적 관계가 줄어 들어, 단촐한 장례식을 선호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셋째, 장기 불황일 것입니다. 간단하게 말해, 장례식을 거행하기 위한 자금을 준비가 어렵다는 것 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두가지 이유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보통 장례식의 경우, 일반적으로 200만엥 이상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지금처럼 일본 사회가 점점 양극화 되어 최저 생계비로 생활 하는 사람들이 늘고, 비정규직 종사자가 늘고 거기다 직장에서의 인간 관계도 엷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많은 사람들을 불러 장례를 치른 다는 것 보다는 직접장이 유효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아무리 사회 상황이 바뀌어도 유족의 슬픔이나, 지인들이 고인과 마지막 이별을 하는 마음은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언뜻 생각하면 이런 직접장의 유행은 `그럴 수가 있느냐` 는 기분이 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많은 분들이 성대하게 참례해 슬퍼하고 고인을 추모하는 것에 많은 의의를 두는 것이 아직까지는 일반적이고 일본 또한 그런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의식을 간소히 한다고 해도, 고인을 보내는 친구가 적다고 해도, 또한 고인에게 여력이 없었다고 해도 최대한의 의식으로 성대히 치러지는 장례와 그 `슬픔`의 깊이는 같을 것입니다.
성대히 치르는 분들도, 이런 직접장을 치르는 분들도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는 장소와 형식의 문제로 타인으로 부터 왈가왈부를 듣는다면, 그것이 더욱 슬픔을 부르는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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