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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미·일동맹 얻었지만, 하토야마 ‘상처투성이’

등록 2010-05-28 20:02수정 2010-05-28 22:48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가 28일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에 대한 미-일 양국 정부의 공동성명이 발표된 뒤 정부 방침을 확정하는 각료회의장에 들어서면서 나카이 히로시(맨 왼쪽) 국가공안위원장과 오카다 가쓰야 외무장관(가운데)의 인사를 받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가 28일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에 대한 미-일 양국 정부의 공동성명이 발표된 뒤 정부 방침을 확정하는 각료회의장에 들어서면서 나카이 히로시(맨 왼쪽) 국가공안위원장과 오카다 가쓰야 외무장관(가운데)의 인사를 받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후텐마기지 미·일성명 파장
양국 ‘현외이전’ 공식백지화…“국민에 죄송”
지지율 하락 등 타격…합의이행도 난항 예상




지난해 8월30일 총선거를 앞두고 하토야마 유키오 당시 민주당 대표는 오키나와현의 미 해병대 후텐마 비행장을 ‘최소한 현 바깥’으로 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선거에서 이겨 총리 자리에 오른 하토야마는 9개월 만인 28일 그 약속을 공식적으로 파기했다.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SCC)의 이날 공동성명은 후텐마 비행장의 이전 위치로 ‘헤노코’라는 지역을 명시하고 활주로도 미국의 주장대로 1800m를 확보하기로 했다. 양국은 대체시설의 위치, 배치 및 공법에 관한 전문가 검토를 8월 말까지 끝내고 9월 열리는 위원회에서 확정하기로 했다. 미국과 대체시설 이전 완료시기로 약속했던 2014년 기한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또 미군 훈련시설 일부를 오키나와 현 밖으로 옮기는데, 이 후보지로 도쿠노시마와 괌 등 국외지역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훈련시설 일부 이전 언급이 있지만 자민당 시절 양국 정부가 합의했던 뼈대와 거의 유사하다.

사실 하토야마 총리가 ‘현외 이전’을 거론한 것은 ‘오키나와의 부담 경감’ 이상의 의미가 담긴 것이었다. 민주당은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외교정책의 한 목표로 내세웠다. 후텐마 기지는 그 첫 시험대였다. 그러나 결론은 일본의 새 정부도 미국의 그늘을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일본은 미국을 이해시킬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각료들 사이에서는 ‘미-일 동맹’이 흔들린다며 현외 이전에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다. 결국 하토야마는 한국의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미군 주둔을 통한) 억지력의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며 기존안으로 급속히 기울었다.

이번 ‘후텐마 봉합’으로 일단 미-일 동맹은 급속히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동북아시아 안보정세의 최근 전개에 의해 미-일 동맹의 의의가 재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날 아침 하토야마 총리와의 통화에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협상 결과에 대한 만족을 표시했다.

하지만 하토야마 내각이 입은 상처는 크다. 이날 후쿠시마 미즈호 소비자보호상의 ‘파면’으로 당장 연정이 흔들리게 됐다. 그동안 당론으로 ‘현외이전 내지 국외이전’을 주장해온 사민당을 고려해 애초엔 각료서명이 필요없는 ‘총리의 대국민 설명’으로 넘어갈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천안함 사태 등 속에서 ‘각의 의결’을 요구하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28일 상황이 급반전했다.


이에 따라 7월 참의원 선거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는 4월 초 오키나와를 방문했을 때만 해도 ‘캠프 슈워브 연안부를 매립하는 것은 자연에 대한 모독”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으나 한 달 만에 식언을 한 꼴이 됐다. ‘큰소리만 치고 실현은 못한다’는 하토야마에 대한 여론의 평가는 내각과 민주당의 지지율을 계속 끌어내리고 있다.

오키나와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8월 말까지 끝내기로 한 전문가 검토 등과 공사 실시가 예정대로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훈련 분산’ 지역을 찾는 문제 또한 후보에 오르는 지역마다 강력한 반대를 불러올 것이 뻔하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정부안 강행 땐 내각사퇴 요구”

미 주둔 반대하는 노부요시 교수


다카시마 노부요시(67) 류큐대학 명예교수
다카시마 노부요시(67) 류큐대학 명예교수
오키나와 미군 주둔에 반대운동을 벌여온 다카시마 노부요시(67·사진) 류큐대학 명예교수는 28일 “오키나와 주민들은 이제 본토에 대항해 지역차별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도 거센 싸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소 현외 이전을 약속하던 하토야마 총리가 왜 이런 결론에 이르렀을까?

“하토야마 정부는 관료주도가 아닌 정치주도를 외쳐왔다. 그러나 결국은 헌법보다 미일안보체제 유지를 중시하는 외무성·방위성의 관료들에게 조종당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민주당도 절반 가량은 ‘숨은 자민당’이라고 불리는 개헌파다. 주일미군 지원예산(배려예산) 삭감이나 미군기지 축소 교섭을 할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고 본다.”

-오키나와의 미군기지를 밖으로 옮기려고 해도 일본 안에서는 받아들여줄 곳이 없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있다.

“오키나와 미군 기지 문제는 히로히토 일왕이 공산주의에 대한 과도한 걱정 때문에 미국에 종속적인 미일 안보조약을 요청하면서 비롯된 것이다. 본토 사람들은 이런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아왔다. 그러다가 오키나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훈련 분산 후보지를 거론하면 ‘절대불가’라는 대답만 한다. 양심적인 지식인이나 평화운동가들조차 마찬가지다. ”

-오키나와 주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정부가 헤노코안을 강행한다면 모두 힘을 합쳐 내각 사퇴를 요구하는 싸움을 벌일 것이다. 총파업이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 지난 4월25일 현민대회 이후 오키나와에서는 ‘오키나와 차별’이란 말로 본토 사람들의 책임을 정면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아직 ‘감성적 민주주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일본을 오키나와가 ‘이성적 민주주의’ 단계로 바꿔갈 것이라고 기대한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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