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와 이치로 간사장
“당내 영향력 여전” 관측…총선뒤 복귀 가능성도
2일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와 함께 동반 퇴진한 오자와 이치로(사진) 간사장이 이번에도 ‘오뚝이’란 별명대로 살아날까? 1990년대 자민당 탈당 이후 갖가지 정치실험의 막후 주역이었지만, 언제나 막판에 그의 ‘발목’을 잡았던 ‘돈 문제’가 이번도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일본 언론들을 보면, 최근 오자와 간사장 측근들 사이엔 하토야마 총리의 사임에 대해 ‘당 간사장’인 그가 공동책임을 지는 형태로 물러나 당내 영향력을 유지하자는 시나리오가 은밀히 퍼졌다. 정치자금 문제에 대한 사임이 아닌 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이틀간 연이은 회담에선 오자와 간사장이 하토야마 총리에게 ‘동반 퇴진’을 요구했지만, 하토야마 총리 쪽이 버티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티비에스>는 “하토야마는 물러나면 끝이지만 오자와는 끝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못을 박으려는 듯’ 하토야마 총리는 2일 사임연설에서 오자와의 사임을 두고 “결코 수동적인 것이 아니다. 서로간에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말해, 오자와가 자신의 정치자금 문제로 사임한 것임을 강조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총리가 오자와의 영향력을 당분간 가능한 한 배제하려는 생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오자와에겐 언제나 킹 메이커, 선거의 귀재, 정치 9단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자민당을 탈당해 1993년 8개 정파의 비자민 호소카와 연립정권을 탄생시킨 것도, 하토야마를 민주당 간판으로 내세워 총리 자리에 올려놓은 것도 그였다. 지난해 9월 정권 출범 이후 ‘이중권력’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왔다. 문제는 그에게 언제나 꼬리표처럼 붙어다니던 돈문제였다. 특히 검찰이 온갖 강수를 두며 수사를 펼쳤음에도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했던 그의 정치자금 관리단체 리쿠잔카이 사건과 관련해서, 지난달 검찰심의회가 ‘기소 타당’ 의견을 낸 것은 결정타였다. 하지만 이번 사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민주당 중의원 308명 가운데 ‘오자와 칠드런’이라고 불리는 이들만 해도 100여명에 달한다. 당장 7월 참의원 선거에서도 ‘선거의 귀재’라 불리는 그가 없이는 민주당으로선 쉽지 않다. 오자와 간사장은 지난해 5월 정치자금 문제로 사임한 뒤 8월 총선을 진두지휘해 압승을 이끌어 화려하게 복귀한 선례가 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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