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가 13일 7년만에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 남부 상공에 진입하면서 지구 대기권과의 마찰로 불꽃을 내는 모습을 어안렌즈로 포착한 사진.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제공/AFP 연합뉴스
엔진고장·한때 통신두절 ‘험로’
채취한 암석 사막에 던지고 산화
채취한 암석 사막에 던지고 산화
소행성 탐사 하야부사호 7년만에 귀환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과학위성 MUSES-C)가 13일 밤 지구에 성공적으로 귀환했다. 2003년5월 발사 이후 7년만에, 화성과 일부 궤도가 겹치는 소행성 이토카와에 다녀오기까지 왕복 60억㎞에 이르는 험난했던 여행을 끝마친 것이다. 하야부사는 달 외의 천체에 착륙했다 돌아온 최초의 우주선이란 기록을 세우며, 일본의 우주과학 기술 수준을 세계에 과시했다.
하야부사의 최대 임무는 소행성의 암석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오는 것이었다. 일본어로 ‘매’를 뜻하는 하야부사는 2006년11월26일 이토카와 표면에 철제구슬을 발사해 떨어져나온 암석 샘플을 채취한 뒤 착륙 1~2초만에 사냥감을 낚아챈 매처럼 다시 날아올랐다. 하야부사는 이때 채취한 샘플이 담겨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캡슐을 13일 오후 7시51분께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막에 떨어뜨리고, 세 시간 뒤 대기와의 마찰열에 의해 불꽃으로 산화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캡슐이 안전하게 떨어져 있음을 확인하고, 14일 오후부터 회수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소행성의 모래나 암석은 태양계 초기상태를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야부사가 이토카와의 암석 채취에 성공했다면, 이는 지구 탄생의 비밀을 푸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우주 연구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하야부사의 고난에 찬 여정은 한편의 감동적인 드라마라 할 만하다. 엔이시(NEC)가 개발한 이온엔진(태양광을 에너지원으로 키세논 가스를 이온화시켜, 이를 분출시켜 추진력을 얻는 방식의 엔진) 4기를 장착한 하야부사는 출발 직후 1기가 고장나버렸다. 남은 3개의 엔진도 2개가 자세제어장치가 망가져 균형을 잡기 어려웠다. 하야부사는 연료분사를 통해 균형을 잡아가며 2년만에 직경 500m의 이토카와에 도착했다.
귀환은 더욱 험난했다. 이토카와 착륙 때 넘어진 탓인지 하야부사는 한때 궤도를 이탈해 통신마저 끊겼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는 매일 전파를 발사한 끝에 7주만에 20초간 교신에 성공하면서 가까스로 궤도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엔진 3개중 2개가 고장 나 돌아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두 개의 엔진을 연결해 어렵게 하나를 살려낸 것이 기적적인 귀환을 가능하게 했다. 귀환은 애초 계획보다 3년이나 늦어졌지만, 수많은 역경을 극복해낸 하야부사의 여정에 일본인들은 감동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발사를 포함해 하야부사에 투입한 돈은 모두 210억엔으로 국제우주정거장 운영을 위해 일본이 해마다 분담하는 400억엔보다 훨씬 적었다”며 “이번 성공은 일본의 우주관련 산업 경쟁력 확보에 큰 공헌을 할 것”이라고 14일 전했다. 일본은 2014년에 ‘하야부사2’를 쏘아올릴 계획이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소행성 지표면에 착륙한 모습을 그린 상상도.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제공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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