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파라과이전이 중계된 사이타마 스타디움 ©JPNews/야마모토 히로키
사이타마 스타디움 축구팬들 “잘 싸웠다!…감동 선사해 감사”
“이번엔 만나지 못했지만 한국과 좋은 라이벌로 존재했으면”
“이번엔 만나지 못했지만 한국과 좋은 라이벌로 존재했으면”
<한겨레>가 일본 뉴스 전문 포털사이트 <제이피뉴스>(JPnews.kr)와 제휴해 일본 소식을 전달합니다. 전여옥 의원과 ‘일본은 없다’ 재판을 벌여 지난 1월13일 2심에서 승소한 재일 언론인 유재순씨가 <제이피뉴스>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원문을 보시고자 하시는 분은 아래에 있는 바로가기를 누르시면 <제이피뉴스>의 해당 기사로 이동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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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
120분의 시합을 마치는 긴 종료 휘슬이 울린 순간. 응원 목소리로 뒤덮힌 사이타마 스타디움에 일순 정적이 흘렀다.
그 후 몇 초가 흘렀을까. 조심스럽게 여기저기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 목소리는, 다시 하나가 되어 스타디움을 뒤덮기 시작했다. 바로 "잘 싸웠다! 일본"을 외치는 함성이었다. 잔뜩 찌푸려 비를 뿌려대는 하늘만큼 이 곳에 모인 5,000명 서포터 마음에도 잠시나마 차가운 빗방울이 흘러내렸지만, 그 비는 금세 걷혔다.
눈물을 보인 사람은 의외로 찾기 힘들었다. 팬들은 담담하게 일본의 패배를 받아들이며, 지금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다. 대형 스크린에 선수들의 모습과 오카다 감독의 모습이 비출 때마다 그들은 고맙다는 듯이 손을 흔들었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라는 격려도 잊지 않았다.
1,000엔 유료로 판매된 이 곳 사이타마 스타디움의 단체관람 응원석 티켓 4,900매는 발매 3시간만에 완전 매진되는 과열 현상을 보였다. 그만큼 오늘 경기에 일본 열도의 쏠린 눈이 대단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관람에 모인 일본인들의 염원도 단 하나였다. 오늘 경기에 어떻게든 승리해서 16강에 머물렀던 2002년 월드컵을 넘어 8강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하는 것. 이미 승리는 바램을 넘어서 확신 수준에 이를 정도로, 팬들은 오카다호에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일본 대표팀의 축구를 관전할 때는 반드시 '사무라이 복장'을 착용한다는 회사원 나카니시 씨는 일본 대표팀의 최종 성적을 '우승'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매 시합마다 '전투에 임하는 자세'로 응원전에 참가하고 있으며, 사무라이 복장도 그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다. "월드컵 전 평가전에서 계속 지기만 했던 오카다 재팬이지만, 저는 믿었습니다. 이렇게나 지속되는 나쁜 상황의 끝에는 반드시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오카다 감독은 그 사실을 멋지게 눈앞에서 증명시켜 줬습니다." 평범한 회사원인 그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카메룬전을 남아공 현지에서 관람하고 돌아왔을 정도로 오카다 재팬에게 보내는 신뢰와 경외심이 대단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일본 팀에게는 팀이 하나가 됐다는 '일체감'이 느껴집니다. 리그전에서 보여준 좋은 모습의 원동력도 거기서부터 온 것이구요. 누구 하나 스타 플레이어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이 같은 일체감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오카다 재팬이 이번에 반드시 '대형 사고를 칠 것'으로 예견했다. 한편 앞서 8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 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밝히기도 했다. "아쉽습니다. 정말 아쉬워요. 비록 이번 월드컵에서는 서로 만나지 못하겠지만, 앞으로도 한국과 일본이 좋은 라이벌로서 존재했으면 좋겠습니다." 학교 친구들과 함께 응원에 참가한 후쿠쇼 씨 일행은 오늘 시합을 기대하며 굉장히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일본의 2:0 승리를 점치며 골은 당연히 혼다 선수가 기록할 것이라고 외쳤다. 일행 중 한 여성은 혼다 선수의 이름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말하며 혼다 선수가 '자신의 이상형'이라고 꼽기도 했다. "일단 멋지잖아요. 그리고 실력도 출중해요. 특히 무회전 프리킥, 정말 최고였잖아요. 기자님도 그렇게 느끼시죠?" 부인과 사이좋게 응원에 참가한 다카기 씨는 조금 현실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시합 예상을 묻는 질문에 조금 멋적은 미소를 지으며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오늘 시합은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다음 시합 상대는 스페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에 조금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시합까지만 이겨도 일본은 축구 역사에 새 기록을 장식하는 것이니까요. 더는 욕심부리지 않겠습니다. 하하하" 이러한 팬들의 높은 기대를 등에 업은채 일본 대표팀의 시합은 시작됐다. 팬들은 시합이 중계되는 경기장 양사이드 대형 스크린을 주시한 채 큰 소리로 "닛뽄(日本)~! 닛뽄~!" 을 외쳤다. 기미가요는 이전 시합들보다 더 크게 경기장 내에 울려퍼졌으며, 일장기가 곳곳에서 휘날렸다. 수비적인 전술을 구사하는 양 팀의 시합은 팽팽했다. 서로에게 좀처럼 골 찬스가 오지 않았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찬스에는 환호성이 울려퍼졌으며 아쉽게 기회를 놓쳤을 때는 긴 한숨 소리가 경기장을 뒤덮었다. 그렇게 득점 없이 전, 후반이 끝나자 90분간 어지간히 가슴을 졸인 팬들이 동시에 화장실로 몰려들었다. 화장실 안에서 벌어지는 난상 토론에서 일본 팀이 시합에서 보여준 움직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람도 있는 반면 "슛이 안터지는 수비적 전술 덕에 시합이 조금 늘어졌다. 연장전에는 분명히 더 좋은 모습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팬도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연장전도 몇 번의 결정적 기회가 있었지만 놓쳐버린 일본 대표팀은 결국 승부차기로 들어갔다. 팬들은 '설마 여기까지 올 줄이야'라는 반응이 대부분으로, 이번 월드컵 첫 승부차기에서 행운의 여신이 일본에게 손을 흔들기를 고대했다. 이번 월드컵의 공신 중 한 명인 가와시마 골키퍼의 이름이 경기장 내에 큰 소리로 울려퍼졌다. 하나, 둘... 일본 선수들이 하나하나씩 골을 결정지을때 마다 경기장이 들썩였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파라과이 선수들의 공도 차례차례 일본 골대 그물을 흔들었다. 그리고 맞이한 고마노의 세번째 킥. "아~......" 짧은 탄성이었다. 골포스트를 맞고 밖으로 튕겨버린 공에 몇몇 서포터들은 다리에 힘이 풀린듯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일부 서포터들의 눈에는 벌써부터 눈물이 맺혔다. 그래도 가와시마 골키퍼를 믿기에 일말의 희망은 남아있었다. 마지막 파라과이 키커가 골을 결정시키는 순간까지 희망은 그들 옆에 굳건히 자리하고 있었다. 패배가 확정된 이후 자리를 뜨는 시마다 씨에게 소감을 물었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기에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지만, 집이 가까워 자전거를 타고 왔다는 그는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아~ 오늘 시합 정말 아쉬웠어요. 저는 승부차기에서 실축한 고마노 선수가 너무 걱정이네요.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16강에 올라갈 수 있을거라고 예상조차 못했지 않습니까. 누구도 비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5시간 후면 바로 회사에 출근해야 한다는 다나카 씨 일행은 오늘 밤 집에 가는건 포기한 눈치다. 다나카 씨는 아침 첫 차 시간까지 어떻게 시간을 떼울 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부터 생각해봐야죠"라며 미소를 띄는 여유까지 보였다. 그들의 표정 어디에도 패배로 인한 실망의 그늘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좋은 시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마지막까지 열심히 뛰어줬습니다. 그들의 모습은 감동적이었고 덕분에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오카다 감독을 비롯한 모든 일본 대표팀 선수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JPNews 이연승 기자
관람에 모인 일본인들의 염원도 단 하나였다. 오늘 경기에 어떻게든 승리해서 16강에 머물렀던 2002년 월드컵을 넘어 8강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하는 것. 이미 승리는 바램을 넘어서 확신 수준에 이를 정도로, 팬들은 오카다호에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일본 대표팀의 축구를 관전할 때는 반드시 '사무라이 복장'을 착용한다는 회사원 나카니시 씨는 일본 대표팀의 최종 성적을 '우승'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매 시합마다 '전투에 임하는 자세'로 응원전에 참가하고 있으며, 사무라이 복장도 그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다. "월드컵 전 평가전에서 계속 지기만 했던 오카다 재팬이지만, 저는 믿었습니다. 이렇게나 지속되는 나쁜 상황의 끝에는 반드시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오카다 감독은 그 사실을 멋지게 눈앞에서 증명시켜 줬습니다." 평범한 회사원인 그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카메룬전을 남아공 현지에서 관람하고 돌아왔을 정도로 오카다 재팬에게 보내는 신뢰와 경외심이 대단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일본 팀에게는 팀이 하나가 됐다는 '일체감'이 느껴집니다. 리그전에서 보여준 좋은 모습의 원동력도 거기서부터 온 것이구요. 누구 하나 스타 플레이어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이 같은 일체감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오카다 재팬이 이번에 반드시 '대형 사고를 칠 것'으로 예견했다. 한편 앞서 8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 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밝히기도 했다. "아쉽습니다. 정말 아쉬워요. 비록 이번 월드컵에서는 서로 만나지 못하겠지만, 앞으로도 한국과 일본이 좋은 라이벌로서 존재했으면 좋겠습니다." 학교 친구들과 함께 응원에 참가한 후쿠쇼 씨 일행은 오늘 시합을 기대하며 굉장히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일본의 2:0 승리를 점치며 골은 당연히 혼다 선수가 기록할 것이라고 외쳤다. 일행 중 한 여성은 혼다 선수의 이름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말하며 혼다 선수가 '자신의 이상형'이라고 꼽기도 했다. "일단 멋지잖아요. 그리고 실력도 출중해요. 특히 무회전 프리킥, 정말 최고였잖아요. 기자님도 그렇게 느끼시죠?" 부인과 사이좋게 응원에 참가한 다카기 씨는 조금 현실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시합 예상을 묻는 질문에 조금 멋적은 미소를 지으며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오늘 시합은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다음 시합 상대는 스페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에 조금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시합까지만 이겨도 일본은 축구 역사에 새 기록을 장식하는 것이니까요. 더는 욕심부리지 않겠습니다. 하하하" 이러한 팬들의 높은 기대를 등에 업은채 일본 대표팀의 시합은 시작됐다. 팬들은 시합이 중계되는 경기장 양사이드 대형 스크린을 주시한 채 큰 소리로 "닛뽄(日本)~! 닛뽄~!" 을 외쳤다. 기미가요는 이전 시합들보다 더 크게 경기장 내에 울려퍼졌으며, 일장기가 곳곳에서 휘날렸다. 수비적인 전술을 구사하는 양 팀의 시합은 팽팽했다. 서로에게 좀처럼 골 찬스가 오지 않았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찬스에는 환호성이 울려퍼졌으며 아쉽게 기회를 놓쳤을 때는 긴 한숨 소리가 경기장을 뒤덮었다. 그렇게 득점 없이 전, 후반이 끝나자 90분간 어지간히 가슴을 졸인 팬들이 동시에 화장실로 몰려들었다. 화장실 안에서 벌어지는 난상 토론에서 일본 팀이 시합에서 보여준 움직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람도 있는 반면 "슛이 안터지는 수비적 전술 덕에 시합이 조금 늘어졌다. 연장전에는 분명히 더 좋은 모습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팬도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연장전도 몇 번의 결정적 기회가 있었지만 놓쳐버린 일본 대표팀은 결국 승부차기로 들어갔다. 팬들은 '설마 여기까지 올 줄이야'라는 반응이 대부분으로, 이번 월드컵 첫 승부차기에서 행운의 여신이 일본에게 손을 흔들기를 고대했다. 이번 월드컵의 공신 중 한 명인 가와시마 골키퍼의 이름이 경기장 내에 큰 소리로 울려퍼졌다. 하나, 둘... 일본 선수들이 하나하나씩 골을 결정지을때 마다 경기장이 들썩였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파라과이 선수들의 공도 차례차례 일본 골대 그물을 흔들었다. 그리고 맞이한 고마노의 세번째 킥. "아~......" 짧은 탄성이었다. 골포스트를 맞고 밖으로 튕겨버린 공에 몇몇 서포터들은 다리에 힘이 풀린듯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일부 서포터들의 눈에는 벌써부터 눈물이 맺혔다. 그래도 가와시마 골키퍼를 믿기에 일말의 희망은 남아있었다. 마지막 파라과이 키커가 골을 결정시키는 순간까지 희망은 그들 옆에 굳건히 자리하고 있었다. 패배가 확정된 이후 자리를 뜨는 시마다 씨에게 소감을 물었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기에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지만, 집이 가까워 자전거를 타고 왔다는 그는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아~ 오늘 시합 정말 아쉬웠어요. 저는 승부차기에서 실축한 고마노 선수가 너무 걱정이네요.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16강에 올라갈 수 있을거라고 예상조차 못했지 않습니까. 누구도 비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5시간 후면 바로 회사에 출근해야 한다는 다나카 씨 일행은 오늘 밤 집에 가는건 포기한 눈치다. 다나카 씨는 아침 첫 차 시간까지 어떻게 시간을 떼울 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부터 생각해봐야죠"라며 미소를 띄는 여유까지 보였다. 그들의 표정 어디에도 패배로 인한 실망의 그늘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좋은 시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마지막까지 열심히 뛰어줬습니다. 그들의 모습은 감동적이었고 덕분에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오카다 감독을 비롯한 모든 일본 대표팀 선수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JPNews 이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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