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병합 100년 맞아 ‘과거사 매듭’ 의지인듯
‘무라야마 담화’ 넘어 한국 특정해 사과 가능성
‘무라야마 담화’ 넘어 한국 특정해 사과 가능성
일본 정부가 한-일 병합 100년을 맞는 올해 광복절에 간 나오토 총리 명의의 담화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양국 관계에서 올해가 갖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일본 총리가 담화를 발표할 경우 1995년 종전 50돌을 맞아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총리가 발표한 담화의 표현 수준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센고쿠 요시토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총리 담화 발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내용이 될지 내 머릿속에는 들어 있으며, 내각 관방 부처 차원에서도 어느 정도 그림을 갖고 있다”고 말해 구체적인 작업이 진행중임을 내비쳤다. 도쿄의 외교 소식통은 이에 대해 “내각 2인자인 관방장관이 총리 담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매우 적극적인 자세”라며 “일본 정부가 정치 주도로 과거사 문제를 매듭짓자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간 총리 정부가 한-일 간의 과거사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징후는 지난 7일 센고쿠 관방장관의 기자회견 발언에서도 엿보였다. 그는 한국과의 전후처리 문제와 관련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일본의 입장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역대 일본 정부가 국가간 협약으로 개인청구권은 소멸됐다는 태도를 보여온 데 대해서도 “(개인청구권도 함께 소멸했다는 해석이) 법률적으로 정당성이 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좋은가, 모두 해결된 건가라는 문제가 있다”고 말해, 매우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 바 있다. 센고쿠 관방장관의 발언은 간 총리와는 충분한 조율을 거쳐 나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간 총리가 8·15 담화를 발표할 경우, 15년 전 무라야마 담화를 어떻게 고칠지가 관심사다. 당시 사회당 출신의 무라야마 총리는 과거 일본의 아시아 식민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후 일본 총리들은 “이 담화의 취지를 이어받는다”고 밝혀왔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일본연구소장)는 “무라야마 담화는 아시아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했고 한국을 특정하지는 않았던 만큼, 이번에 담화를 발표한다면 한국을 특정해 사과하고, 특히 1910년 합병조약이 한국인의 뜻에 어긋나게 체결됐음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이와 함께 65년 한-일 청구권협정 체결 때 미흡했던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담는다면 한-일 관계에 새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