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 와세대 대학에서 강연하고 있는 정대세. 출처 JPNews/야마모토 히로키
정대세의 와세대 대학 강연 현장
“조선대표 선수들 너무나도 순수…남북단일팀 생기면 참가할 것”
“조선대표 선수들 너무나도 순수…남북단일팀 생기면 참가할 것”
<한겨레>가 일본 뉴스 전문 포털사이트 <제이피뉴스>(JPnews.kr)와 제휴해 일본 소식을 전달합니다. 전여옥 의원과 ‘일본은 없다’ 재판을 벌여 지난 1월13일 2심에서 승소한 재일 언론인 유재순씨가 <제이피뉴스>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원문을 보시고자 하시는 분은 아래에 있는 바로가기를 누르시면 <제이피뉴스>의 해당 기사로 이동하실 수 있습니다.
“일단 골키퍼는 저희 조선대표팀 골키퍼로 하겠습니다. 한국대표팀 선수도 잘했지만 몇 차례 큰 실책을 범하는 모습도 있어서 좀 불안해서요. 하하. 수비수는 5-4-1 전술을 사용한다는 가정 하에 중앙에는 저희 팀 3명을 넣고 싶네요. 포르투갈전에서 조금 흔들리기도 했지만 그들은 정말 혼이 있는 수비를 펼치거든요. 윙백은 왼쪽은 차두리, 오른쪽은 이영표 선수가 맡았으면 좋겠네요.”
남아공 월드컵에서 북한 대표로 맹활약했던 정대세 선수가 16일 도쿄 와세다대 강연에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남북단일팀이 나간다면 어떤 진용을 꾸리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상상의 날개를 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안영학 선수가 적임이라고 봅니다. 더블 보란치를 사용한다면 기성용 선수도 들어갔으면 좋겠구요. 양쪽 윙은 물론 이청용 선수와 박지성 선수죠! 가운데는 저희 홍영조 선수를 넣구요. 홍영조 선수는 정말 대단한 선수입니다. 그가 빠지면 조선대표팀은 이야기가 되지 않을 정도죠. 포워드는…. 음…. 조금 부끄럽지만 저와 박주영 선수가 섰으면 합니다. 하하! ”
일본, 한국, 중국, 북한 등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모인 이날 강연의 주제는 ‘자이니치(在日)에 대한 것이었다. 무거운 주제가 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시종일관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털어놓으며 강의실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한 한국 유학생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만일 남북단일팀이 만들어진다면 대표선수로 참가하고 싶습니까?”라고 묻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거침없이 답변했다.
“국적과 이념을 초월하는 것이 스포츠의 위대함인데, 남북단일팀이 된다면 말그대로 그것이 이뤄진 셈이잖아요. 그런 팀에 참가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월드컵 때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북한 국가가 흘러나오자 흘린 눈물에 대해서도 말했다. “월드컵은 제겐 늘 ‘꿈으로만 그리면서도 꿈도 못꾸는 무대‘였습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시겠죠? 하하. 세계 최강 브라질 대표팀이 바로 옆에 서 있는 상황에서 국가가 울려퍼지더군요. 눈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죠. 참고로 전 원래 울보예요. 브라질전이 끝난 이후에 우리 선수들로부터 ‘너 긴장해서 울었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같은 조선대표팀 선수지만, 그들이 조선대표팀 일원이 되기까지 힘겨웠던 제 과거와 감정까지 이해하지는 못했겠죠. ”
한국적인데도 북한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선 이렇게 설명했다. “솔직히 조선대표팀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힘든 현실이었습니다. 한 번 단념했던 적도 있고 말이죠. 그러나 어렸을 때 부터 제 꿈은 하나였습니다. 조선 대표가 되서 일본 대표와 싸워보고 싶다는 것. 조선대표팀이 일본대표팀에게 지는 모습을 텔레비전 등에서 접하며 그 의지가 더욱 강해졌죠. 일본대표팀의 오퍼도 있었지만 거부했습니다. 한국대표팀은 뭐랄까…. 조금 현실감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북한대표팀 생활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 중 특히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이 북한대표팀의 전술과 훈련 방법, 그리고 언어 소통이었다. “조선대표팀의 전술은 유행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아직까지도 5-4-1 전술을 고집하며 엄청나게 수비적인 전술을 구사합니다. 5-4-1 전술은 현대 축구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데도 말이죠. 훈련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컨디션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훈련’만을 했습니다. 잔디 상태도 차라리 모래가 더 좋다고 느껴질 정도로 열악했구요. 언어 장벽도 높았습니다. 일본에서 배운 한국어, 아니 조선어로는 도저히 소통이 힘들더군요. 선수들의 말이 너무 빠르고, 억양의 높낮이는 중국어라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나름 ‘외국물‘을 먹은 선수라는 자만심도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지만 고립되어 있는 조선 선수들과 다르게 나는 J리그라는 외국 리그에서 뛴다는 자만심이 있었습니다. 자만심은 한국과의 원정경기에서 절정에 달했습니다. ‘한 골을 넣어 한국에 내 이름 석자를 알리겠다’는 생각에 동료들에게 패스도 안 하고 혼자서만 튈려고 했죠. 결과는 패배였고 ‘앞으로 대표팀에서 소집하지 않겠다’는 경고까지 받았습니다. 그 땐 몰랐지만 선수들이 만장일치로 ‘정대세 퇴출‘에 동의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하하.” 이런 그에게 제동을 건 사람이 어머니와 학교 은사님이다.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그들의 애정어린 조언은, 그의 마음을 흔들었고, ‘공을 찰수만 있다면‘이란 일념으로 마냥 겸손했던 초심으로 되돌아가게 만들었다.그 이후에는 자만심을 접고 북한대표팀에 더욱 녹아들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조선대표팀이라고 하면 살벌한 분위기가 먼저 느껴지실 겁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상상하는 것과 달라요. 조선대표팀 소속 선수들은 너무나도 순수합니다. 시합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죽을 힘을 다해서 뛰죠. 거기에 어린 아이처럼 호기심도 왕성해요. ‘일본 대표팀은 어떠냐’ ‘돈은 얼마나 받냐’ 등 쏟아지는 질문에 답하느라 매번 식당에서 밥을 제대로 못 먹을 정도였습니다. 가장 좋다고 느낀 점은 그들은 절대 다른 사람의 흉을 보지 않는다는 겁니다. 제가 가끔 다른 선수의 실수에 장난으로 ‘쟤 왜 저래?’라고 하면 ‘그런 말 하면 안 된다’고 진심어린 주의를 받습니다. 그들은 정말 순수 그 자체예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단지 이미지만으로 조선대표팀과 선수들의 흉을 보는 사람들에게 저는 거칠게 반론합니다. 제가 가장 화나는 것 중에 하나거든요.” 그는 자신을 ‘재일조선인’이라고 밝힌 한 학생이 “정 선수에게 한국은 어떤 의미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지자 잠시 고민하는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한국을 생각한다면…. 뭐랄까. 아직까지 굉장히 복잡한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한국도 제 몸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저란 사람을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그런 의미를 지닌 존재죠.” JPnew 이연승 기자/e뉴스팀 ▶ 원문 바로가기
7월 16일 와세대 대학에서 강연하고 있는 정대세. 출처 JPNews/야마모토 히로키
한국적인데도 북한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선 이렇게 설명했다. “솔직히 조선대표팀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힘든 현실이었습니다. 한 번 단념했던 적도 있고 말이죠. 그러나 어렸을 때 부터 제 꿈은 하나였습니다. 조선 대표가 되서 일본 대표와 싸워보고 싶다는 것. 조선대표팀이 일본대표팀에게 지는 모습을 텔레비전 등에서 접하며 그 의지가 더욱 강해졌죠. 일본대표팀의 오퍼도 있었지만 거부했습니다. 한국대표팀은 뭐랄까…. 조금 현실감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북한대표팀 생활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 중 특히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이 북한대표팀의 전술과 훈련 방법, 그리고 언어 소통이었다. “조선대표팀의 전술은 유행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아직까지도 5-4-1 전술을 고집하며 엄청나게 수비적인 전술을 구사합니다. 5-4-1 전술은 현대 축구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데도 말이죠. 훈련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컨디션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훈련’만을 했습니다. 잔디 상태도 차라리 모래가 더 좋다고 느껴질 정도로 열악했구요. 언어 장벽도 높았습니다. 일본에서 배운 한국어, 아니 조선어로는 도저히 소통이 힘들더군요. 선수들의 말이 너무 빠르고, 억양의 높낮이는 중국어라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나름 ‘외국물‘을 먹은 선수라는 자만심도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지만 고립되어 있는 조선 선수들과 다르게 나는 J리그라는 외국 리그에서 뛴다는 자만심이 있었습니다. 자만심은 한국과의 원정경기에서 절정에 달했습니다. ‘한 골을 넣어 한국에 내 이름 석자를 알리겠다’는 생각에 동료들에게 패스도 안 하고 혼자서만 튈려고 했죠. 결과는 패배였고 ‘앞으로 대표팀에서 소집하지 않겠다’는 경고까지 받았습니다. 그 땐 몰랐지만 선수들이 만장일치로 ‘정대세 퇴출‘에 동의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하하.” 이런 그에게 제동을 건 사람이 어머니와 학교 은사님이다.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그들의 애정어린 조언은, 그의 마음을 흔들었고, ‘공을 찰수만 있다면‘이란 일념으로 마냥 겸손했던 초심으로 되돌아가게 만들었다.그 이후에는 자만심을 접고 북한대표팀에 더욱 녹아들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조선대표팀이라고 하면 살벌한 분위기가 먼저 느껴지실 겁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상상하는 것과 달라요. 조선대표팀 소속 선수들은 너무나도 순수합니다. 시합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죽을 힘을 다해서 뛰죠. 거기에 어린 아이처럼 호기심도 왕성해요. ‘일본 대표팀은 어떠냐’ ‘돈은 얼마나 받냐’ 등 쏟아지는 질문에 답하느라 매번 식당에서 밥을 제대로 못 먹을 정도였습니다. 가장 좋다고 느낀 점은 그들은 절대 다른 사람의 흉을 보지 않는다는 겁니다. 제가 가끔 다른 선수의 실수에 장난으로 ‘쟤 왜 저래?’라고 하면 ‘그런 말 하면 안 된다’고 진심어린 주의를 받습니다. 그들은 정말 순수 그 자체예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단지 이미지만으로 조선대표팀과 선수들의 흉을 보는 사람들에게 저는 거칠게 반론합니다. 제가 가장 화나는 것 중에 하나거든요.” 그는 자신을 ‘재일조선인’이라고 밝힌 한 학생이 “정 선수에게 한국은 어떤 의미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지자 잠시 고민하는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한국을 생각한다면…. 뭐랄까. 아직까지 굉장히 복잡한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한국도 제 몸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저란 사람을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그런 의미를 지닌 존재죠.” JPnew 이연승 기자/e뉴스팀 ▶ 원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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