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 어디있나 일본을 방문한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범 김현희씨가 탄 자동차가 20일 오전 도쿄 거리를 지나가자 일본 사진기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교도통신 제공/AP 연합뉴스
일 정부 초청으로 방문
피랍 다구치 가족 만나
피랍 다구치 가족 만나
1987년 11월 대한항공기 폭파범으로 검거돼 사형을 선고받은 뒤 사면된 북한 공작원 출신 김현희(48)씨가 일본 정부의 초청으로 20일 일본을 방문해 언론의 큰 관심을 끌었다. 김씨는 지난해 5월 한국에서 일본 외무성 관리에게 “북한에 있을 때 (납치당한) 요코타 메구미를 만난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는 요코타의 가족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방일했다.
김씨는 이날 새벽 4시께 일본 정부가 마련한 전세기편으로 하네다공항에 도착했다. 이어 삼엄한 경계 속에 승용차로 나가노현에 있는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전 납치대책본부장)의 별장으로 이동했다. 김씨는 별장에서 자신에게 일본어를 가르친 다구치 야에코(북한명 이은혜, 1978년 6월 납치) 가족을 만나 손수 만든 음식을 대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요코타의 가족들은 22일 만날 예정이다.
일본의 요코타 가족들은 납치된 요코타가 1994년 4월 이미 사망했다는 북한의 발표를 믿지 않고 있다. 김씨는 방일에 앞서 <월간조선> 7월호와 한 인터뷰에서 명확한 근거를 대지 않은 채 “북한은 비밀이 드러나는 것을 염려해 죽었다고 말하고 있다. 요코타 메구미와 다구치 야에코는 살아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은 김씨가 요코타의 생존 여부와 관련해 새로운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김씨가 요코타를 만난 때는 북한 정부가 밝힌 요코타의 사망 시기보다 훨씬 앞선다”며 “안부에 대한 정보가 못 된다”고 지적했다.
김씨의 방일을 계기로 일본에서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가 다시 화제로 떠올랐다. 일본의 주요 신문은 19일부터 김씨의 방일 소식을 크게 보도했다. 방송사들은 이날 김씨의 공항 도착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도하는 등 김씨의 행적을 추적해 전하고 있다. 김씨는 1년 이상 형을 받았고, 대한항공기 폭파 당시 일본 위조 여권을 소지해 입국 불허 대상이지만 이번에 법무상의 특별허가를 얻어 입국했으며, 23일 출국한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1987년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범인 김현희씨가 20일 오전 일본 정부가 마련한 전세기를 타고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해 삼엄한 경계를 받으며 공항을 나서고 있다. <문화방송> 화면 갈무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