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구미는 사망”…방일 김혐희, 북 납치피해자 가족 만나
1987년 11월 대한항공기 폭파범 김현희(48)씨가 일본에서 북한 납치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고 있는 가운데, 김씨에게 일본어를 가르친 다구치 아예코(북한명 이은혜)가 아직 북한에 살아 있다고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가 21일 주장했다. 최 대표는 북한에 의해 납치된 일본인의 상징적 존재인 요코타 메구미는 사망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달 초 국외를 오가는 북한 내 믿을 만한 정보원으로부터 다구치가 평양 만경대구역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대한항공 858기를 폭파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어, 김씨와 연결된 다구치가 이미 숨졌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이 정보원이 설명했다”고 말했다. 북한 쪽은 다구치는 1986년 7월 이미 사망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 대표는 1977년 납치돼 공작원 교육을 받던 김현희씨의 동료에게 일본어를 가르친 요코타 메구미에 대해서는 “정보원으로부터 이미 사망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이런 정보를 일본 정부 관계자에게도 전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요코타가 1994년 사망했다고 밝혔으나, 북한에서 넘겨받은 유골을 일본에서 검증한 결과 요코타의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생존 여부가 큰 관심을 끌어왔다.
최 대표는 “요코타가 이미 사망했다는 정보가 가족에게는 서운하겠지만, 일부 정보만을 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요코타가 한국에서 납북된 김영남씨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2004년 처음으로 알린 인물이다.
한편 20일 방일한 김현희씨는 이날 나가노현의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 별장에서 다구치의 오빠 이즈카 시게오(72)와 장남 고이치로(33)를 만났다. 일본 언론들은 “김씨가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다구치 가족은 기자회견에서 “김씨는 ‘다구치가 반드시 살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김씨와) 신뢰관계를 쌓은 것이 성과”라고 말했다.
김씨는 21일 오후 같은 별장에서 요코타의 부모와도 만났다. 김씨는 “초대소에서 공작원 교육을 받을 때 동료와 함께 일본어 교사로 생활하던 요코타 메구미를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고, 일본 정부로부터 이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방일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날도 별장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전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