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씨
“납치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새로운 정보나 증언은 없었다.”
3박4일간 일본 방문을 마치고 23일 오후 귀국한 대한항공기 폭파범 김현희씨(사진)의 방일 성과를 <후지테레비>는 이렇게 평가했다. 다른 일본 언론들도 대부분 김씨를 초청한 본래 목적에 비춰 별 성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나카이 히로시 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담당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씨가) 납치 피해자 가족들이 희망을 갖고 분발할 의지를 굳게 해줬다”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김씨가 떠난 자리엔 처우를 둘러싼 논란만 무성했다.
일본 언론들은 당국이 22일 오후 나가노현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 별장에서 도쿄의 제국호텔로 김씨를 옮기는 과정에서 다른 헬기의 비행 자제를 요청한 가운데 1시간 가량 헬기로 유람비행을 한 일을 따졌다. 일본 정부는 후지산을 보고싶어한 김씨를 위해 헬기를 가마쿠라 상공까지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나카이 위원장은 “평생 외국에 나갈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런 기회에 도쿄 상공을 보게 해주고 싶었다”며 “한국의 강한 반대가 있었으나 내 책임 아래 비행을 승인했다”고 비판을 일축했다.
경비 문제는 전날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김씨를 데려오는 데 쓴 전세기는 1천만엔(약 1억4천만원)의 비용이 든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유람비행에 쓴 헬기는 한 시간 사용에 80만엔이 드는 기종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일부 언론은 김씨에게 별도의 사례금이 전달됐다고 보도했으나,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나카이 위원장은 경비 총액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걸 꼭 얘기해야 하느냐”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김씨를 공항에서 별장으로 옮길 때의 경호 수준은 “미국의 장관급, 준국빈급”이었다고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당시 일본 경찰은 경시청과 나가노현 경찰 등 100여명을 동원했으며, 신호가 있는 도로를 지날 때는 신호를 바꿔 차량을 신속히 통과하게 했다. 이 신문은 “일본 정부는 애초 김씨에게 새로운 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낮다고 봤지만, 납치피해자 가족의 불만이 커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초청한 것 아니겠느냐”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하면서, 방일 시기도 “월드컵 경기가 끝나 주목받기 쉬운 때를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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