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조 히로미치(89) 전 육장보(소장·준장급).
아사히신문 누리집
과거 부대지휘관 증언 나서
1956년부터 미 협력하에 활동
북한·중국·소련 등 정보수집
1956년부터 미 협력하에 활동
북한·중국·소련 등 정보수집
일본의 육상자위대가 첩보부대를 별도로 편성해 운영했다는 과거 부대 지휘관의 직접 증언이 나왔다. 자위대를 공식적으로는 군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일본 정부는 그동안 자위대 내 첩보부대의 존재를 부인해왔다.
히라조 히로미치 전 육장보(89·준장·소장급)는 1일 <아사히신문>과 한 단독 인터뷰에서 “1964년부터 내가 ‘육막 제2부 특별근무반’이란 특별부대의 반장(중령급)으로 임명돼 2년간 부대를 지휘했다”며 “이 부대는 미군과 협력해 운영하는 첩보부대였다”고 밝혔다. 이 부대의 책임자급 간부가 활동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증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히라조는 “첩보부대는 1954년 주일미군사령관이 미군의 대규모 철수 뒤 정보수집에 위기감을 느끼고 요시다 시게루 총리에게 편지를 보내, 자위대에 의한 비밀정보 공작원 양성 필요성을 제안한 것이 계기가 돼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위대는 1956년부터 미군의 지도를 받아 정보전문가를 육성했다”며 “도쿄 교외에 있는 미군시설 캠프 드레이크에 거점을 두고 62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는“당시 일본쪽 요원은 15명으로, 국내에서 사진가게나 작은 상사 등을 운영하면서 중국과 옛 소련, 북한, 북베트남 등에 출입하는 일본인에게 접근해 정보를 수집했다”면서 “장차 외국에 사는 일본인들 사이에 독자적인 정보원과 연락망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고 전했다.
히라조는 “수집한 정보는 일본과 미국이 서로에게 제공해 방위청의 방위계획 입안 등에 도움을 주는 한편, 미 태평양육군과 일본 육상자위대의 극비 정보회합인 ‘JR회의’ 등에서 미국의 정찰위성사진이나 통신감청정보와 교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모략이나 파괴공작, 해외활동은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도 첩보부대가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언제부터인가 없어졌다는 얘기를 최근 들었지만 확인할 수가 없어 모른다”며,“(이 부대가) 사악한 모략기관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국가의 정당한 정보수집활동을 했다는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고 말했다.
한편, 히라조의 이런 증언에 대해 방위성은 “방위성 안에는 ‘제2부 특별반’이라고 불리는 조직이 없다는 대답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다케오카 가쓰미 전 방위성 관방장은 “자위대가 독자적인 기밀정보조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리가 없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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