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희생자 위령식에 미·영·프, 유엔 사무총장 첫 참석
핵확산 방지 공감대 퍼져…일본 일각선 “핵무기 반입을”
핵확산 방지 공감대 퍼져…일본 일각선 “핵무기 반입을”
일본 히로시마에서 6일 미국·영국·프랑스 등 핵 강국 대표들이 처음으로 참석하는 대대적인 원폭희생자 위령식 및 평화기념식이 열린다. 1945년 8월6일 미군 B-29기가 히로시마 상공에 원자폭탄 ‘리틀보이’를 떨어뜨려, 7만8000여명이 목숨을 잃고 8만여명이 크게 다친 비극이 일어난 지 65년 만이다. 히로시마시는 이번 행사를 ‘반핵 평화 메시지’를 전세계에 내보내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지만, 일본 정부 안에선 정반대로 ‘비핵 3원칙의 현실화’ 주장도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6일 오전 열리는 행사엔 미·영·프 대표뿐 아니라 유엔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반기문 사무총장도 참석한다. 이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핵 없는 세상’ 구상 등 핵무기 철폐·확산 방지를 향한 움직임에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다.
미국은 존 루스 주일대사를 행사에 참석토록 했다. 미국에선 지난 95년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 전쟁피해 자료들을 히로시마에서 빌려 전시하려다 참전용사 등의 거센 반발로 무산되는 등 히로시마 피폭을 ‘피해’로 보려는 시각에 강한 반감을 보여왔다. 루스 대사는 ‘전쟁 희생자에게 경의를 표시하기 위한 참석’이라고 밝히고, ‘피폭자’나 ‘애도’ 같은 표현을 삼가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프랑스도 임시대리대사를 보내기로 했다. 사르코지 정부는 지난해 60~90년대에 200여차례 실시한 핵실험의 피폭자들에게 보상하기로 결정하고, 핵실험 자료의 일부 공개를 검토하는 등 핵과 관련한 부정적인 유산의 청산을 시도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핵무기에 대해 다시 생각할 때가 되었다”는 익명의 프랑스 고위 관리의 말을 전했다. 영국은 미국의 태도 변화에 따라 이번 행사 참가가 자유롭게 됐지만, 이미 지난 5월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회의에서 보유 핵탄두 수를 공표하는 등 핵확산 방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 3개국의 참가로 이번 행사엔 사상 최대 규모인 70여개국 대표가 참가한다. 러시아·인도 등 다른 핵보유국은 이전부터 행사에 대표단을 보냈다. 올해 막사이사이상 수상자 가운데 한명으로 결정된 아키바 다다토시 히로시마 시장은 이날 ‘평화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개최 당사국인 일본의 처지에선 히로시마 평화기념식의 메시지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아키바 시장은 평화선언을 통해 “일본의 비핵 3원칙을 제도화하고, 미국의 핵우산으로부터 벗어날 것”을 주장할 예정이다. 이와 달리 일본의 외무·방위성 쪽에서는 그간의 비핵 3원칙을 고쳐 “유사시 미군이 핵무기를 일본에 반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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