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발표된 간 나오토 일본 총리의 담화에 대해 국내 과거사 단체 등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박한용 ‘강제병합 100년 공동행동 한국 실행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그동안 한-일 관계를 중시하겠다고 약속해 온 일본 민주당 정부에 속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매우 실망스런 담화”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번 담화에 한·일 지식인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요구한 한-일병합 조약의 불법성 인정 등 핵심 내용이 빠졌고, 주요 과거사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비시(BC)급 전범, 시베리아 억류자 문제 등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담화에 포함된 △사할린 한국인 지원 △한반도 출신자의 유골봉환 지원 등은 이미 추진 중인 사업을 재탕한 데 불과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사할린 한인 문제는 1945년 8월 해방 이후 일본 정부가 옛 일본 영토였던 남사할린에 남겨진 일본인들을 본국으로 귀환시키면서 4만3천여명의 조선인은 현지에 버려둔 사건을 말한다. 일본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인정하고 지난 1990년부터 올해 3월까지 20여년 동안 3875명을 한국으로 영주 귀국시켰다.
사할린 동포 영주귀국 사업의 실무를 맡고 있는 강성문 대한적십자사 복지사업과장은 “애초 일본 정부가 올해 3월을 끝으로 영주귀국 문제를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현지에 남은 1200여명의 생존 1세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내년 3월까지 123명(1세 87명)을 더 귀국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이들에게 지원하는 것은 1인당 200만원 가량의 항공기 비용과 150만원 정도의 집기 구입비용 뿐이다. 이들의 생활비와 주거비 등은 모두 한국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한반도 출신자의 유골봉환 지원 문제도 비슷하다. 일본 도쿄 유텐지에 보관돼 있던 조선인 군인·군속들의 유골은 지난 5월까지 모두 봉환됐고, 남은 것은 2004년 12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의 합의에 의해 실태조사가 이뤄진 민간인 유골 2600여위 뿐이다. 그러나 이는 직접 조사가 아닌 여러 지역의 사찰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수치여서, 실제 유골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1992년부터 한-일병합 조약의 불법성을 천착해 온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국사학)는 “일본의 국내적인 정치 상황과 연결된 탓이겠지만 한-일병합 100년의 중요성에 견줘 일본이 너무 무성의한 태도를 보인 것 같다”며 “‘일본은 결국 이 정도 밖에 안 되는가’하는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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