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리 담화가 나오도록 분위기를 만든 것은 양국의 시민사회였다. 시민단체들은 지난해부터 합병 100년을 의미있게 맞기 위해 전국 조직을 만들고, 양국 공동으로 행사를 준비하며 민주당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전환을 촉구해왔다. 김영호 유한대 총장과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등 양국 지식인들도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새로운 역사인식을 담은 총리담화를 촉구했다.
일본 정부 안에서는 센고쿠 요시토 관방장관이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옛 사회당을 통해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한일간 과거사 청산에 적극적이었고, 영주외국인의 참정권 부여에도 찬성하는 등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애써왔다. 센고쿠 장관은 지난달 16일 기자회견에서 “총리 담화 발표를 검토하고 있다. 어떤 내용이 될지 내 머릿속에는 들어있다”는 말로 담화 발표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마쓰바라 진 중의원 등 당내 보수적 의원들의 이견도 적지 않았다. 야당에서는 다니가키 사다카즈 자민당 총재가 “지금 과연 (담화 발표가) 필요한지 큰 의문을 갖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초당파 의원모임인 ‘창생일본’(대표 아베 신조 전 총리)이 반대 성명을 내고, 우익단체들도 비판했다.
간 총리와 센고쿠 장관은 무라야마 담화의 내용을 기본틀로 하고, 새로운 전후 배상 문제로 연결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득해 각료들의 최종 동의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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