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총리 담화에 아쉬움 표명
“재일 한국인에 참정권 줘야”
“재일 한국인에 참정권 줘야”
호소카와 모리히로(72) 전 일본 총리가 한일병합에 대해 “일본의 힘을 배경으로 강제된 조약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간 나오토 총리가 지난 10일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 담화에서 누락한 ‘한일 병합의 강제성’을 전임 총리 자격으로 인정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호소카와 전 총리는 14일 보도된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간 총리의 한일병합 100주년 담화를 “큰 획을 그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좀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어땠을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93년 취임 기자회견에서 “태평양 전쟁은 침략전쟁이었다”는 발언으로 파문을 빚은 것과 관련해 “상식적으로 중국과 한국, 동남아시아에 큰 고통과 희생을 유발한 만큼 가슴에 손을 얹고 보면 침략이 아니었다고 할 수 없다”고 회고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를 봐도 편협한 내셔널리즘이 오히려 국가를 위기에 빠뜨렸다”며 “진정한 내셔널리즘은 상대의 입장에서 사리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독도 문제에 대해선 “역사 해석이 어려운 부분이어서 서로 가능한 한 감정을 억제하는 태도, 어른스러운 대응이 바람직하다”며 “현재로선 이 문제를 유보하는 것 외에 현실적 해결방법은 없어 보인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재일동포의 지방참정권 부여 문제와 관련해 “피선거권까지 주는 것은 위화감이 있겠지만 납세자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일본에 온 한국인 자손에게는 선거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소카와 전 총리는 1992년 일본 신당을 창당해 1993년 8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38년 만의 첫 비자민당 출신 총리를 지냈다. 그는 총리 취임 직후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의 방한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식민지배로 한국인이 여러 형태로 괴로움과 슬픔을 당한 데 대해 가해자로서 깊은 사죄를 드린다”고 밝혀, 1995년 ‘무라야마 담화’의 토대를 닦았다.
조일준 기자, 연합뉴스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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