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총리 재선땐 ‘정치생명 끝’ 판단 정면돌파
최악상황땐 분당 가능성도…정국 격랑속으로
최악상황땐 분당 가능성도…정국 격랑속으로
오자와, 일 민주당 대표 출마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간사장의 당 대표 선거 출마는 권력핵심에서 완전히 밀려날 위기에 처한 그의 마지막 승부수라 할만 하다. 대중적 인기가 바닥인 상태에서 출마를 강행했다가 패배하면, 이전처럼 또다른 정계개편을 시도해 성공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130~150명에 이르는 의원 그룹을 이끄는 당내 최고실력자다. 하지만, 간사장 시절 정치자금관리단체의 회계 문제가 불거져, 국민의 80%가량이 ‘물러나야 한다’고 했을 정도로 대중적 인기는 바닥이다.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검찰심사회가 다시 한번 ‘기소해야 한다’고 의결하면, 그는 강제기소를 당하게 된다.
그럼에도 오자와가 총리직 도전이라는 정면 승부를 선택한 것은 간 나오토 총리의 ‘탈 오자와’ 노선이 너무 뚜렷했기 때문이다. 간 총리는 지난 6월 당 대표 선거에서 ‘탈오자와’를 내걸어 승리했고, 이는 여전히 그의 최대 정치적 자산이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가 간 총리에게 “오자와를 간사장 등 요직에 기용해 당내 화합을 꾀하라”고 주문했지만,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간 총리 재선 뒤 정치적 구심력을 잃을 위험을 느낀 오자와가 직접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당내 최고 실력자와 현직 총리의 정면 대결이라는 한판 승부가 벌어지게 됐다.
이번 선거는 하토야마 유키오와 간 나오토, 오자와 이치로로 대표되는 민주당 1세대 리더들 사이의 마지막 경쟁이다. 동시에 이는 민주당 내 세대교체 싸움의 의미도 있어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마에하라 세이지 국토교통상, 오카다 가쓰야 외무상 등 차세대 주자들이 “이번 경선에선 간을 밀어주고 이후를 준비한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선거 결과는 예측 불허다. 지난 2006년 당 대표 선거에서 두 사람이 맞붙었을 때는 오자와가 119표를 얻어, 72표를 얻는 데 그친 간 나오토를 47표차로 물리친 바 있다. 오자와는 현재 당내 최대 그룹을 이끌고, 하토야마 전 총리의 지지도 약속받았다. 반 오자와 진영도 만만치않아 당내 판도로만 보면 양쪽의 세가 엇비슷한 형국이다. 어느 그룹에도 속하지 않은 130여명의 국회의원과, 당원·후원자들이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오자와가 당 대표 선거에서 이기면, ‘집권당의 최고 실권자와 총리가 다른’ 그동안의 이중권력 상황은 해소된다. 하지만 ‘오자와 총리’에 대한 여론의 부정적 시선은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간 총리가 재임 90여일의 단명 총리로 퇴임할 경우 일본 리더십의 불안정성이 또한번 극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간 총리가 승리할 경우에는 오자와가 어떤 행보를 취하느냐에 일본 정국의 안정이 달려 있다. 일단 간 총리에게 확실히 힘이 실리겠지만, 선거 과정에서 당내 갈등이 격화돼 최악의 경우 오자와가 당을 쪼개고 나가 정계개편을 시도하기라도 하면, 일본 정국은 또 한번 불안정한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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